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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에 방점 둔 투자자 보호 제도… 산업 육성 병행도 필요하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2022년 07월호


현 정부는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의 제도화에 이전 정부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 핵심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제정 추진이다. 어떤 정책방향을 갖고 있나. 한마디로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분하되, 증권형에 방점을 두고 투자자 보호와 산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표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내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 양도소득세 기본공제(5천만 원)에 주식소득과 가상자산소득을 모두 포함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5천만 원까지는 가상자산 투자수익에도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는 가상자산을 가급적 증권적 자산으로 인식하려는 제도화 입장으로 풀이된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도 이러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아 문제가 더욱 증폭됐다고 보기에,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우선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구체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다수 의견이다.

그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장치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될까. 전문가들은 공시·불공정거래 규제가 양대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공시규제는 발행자와 투자자 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규제다. 올해 초 위메이드 사건은 가상자산 공시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대표사례로, 이 사건은 국내 상장사면서 가상자산 ‘위믹스’의 발행자인 위메이드가 공시 없이 대규모의 가상자산 물량을 매도함으로써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사건이다. 현재 가상자산의 공시규제는 별다른 법규 제약 없이 가상자산거래소가 해당 가상자산을 상장할 때 설명하도록 하는 정도여서, 투자자 보호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시규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상자산 발행자 및 가상자산 프로젝트 설계자에 대한 공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상세한 기술, 가상자산의 발행가 및 권리의무 등의 청약 조건과 이들과 관련한 제반 위험에 대한 공시를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3월 EU 의회를 통과한 세계 최초의 디지털자산 통합법이라 할 수 있는 ‘암호자산시장(MiCA) 규제안’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테라·루나 사태에서 봤듯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대표적 이유로 불공정거래 금지규정의 부재를 꼽는다. 불공정거래 금지규정이 없어서 가상자산시장에서 조직적·체계적 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고 시장참여자들의 준법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을 중심으로 가격담합 및 시세조정, 허위주문, 시장조성 남용 등 다양한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시장이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대량 발행돼 유통된다는 점에서 증권시장과 유사하기 때문에,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를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법에서는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증권을 거래하거나 거래상대방을 속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일체의 증권거래행위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해 제재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준용할 경우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불공정거래 규제는 크게 불공정거래행위 규정, 제재 규정, 집행 규정 등으로 구분 가능하며, 관리·감독 당국에 감독, 검사, 조사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불공정거래 규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자산 기본법’ 마련에 속도가 붙으면서, 업계에선 제도화 노력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자칫 신산업 육성 측면의 제도화가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에 치중하다 보면 신산업 탄생에 필요한 기술개발 경쟁과 자본 유치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2018년 ICO(초기 코인 공개)를 전면금지하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우수인력과 프로젝트들이 해외로 대거 이탈한 경험이 있다. 

가트너의 ‘기술성장곡선(Hype Cycle)’에 의하면 모든 신산업 기술의 성장에는 단계가 있고, 초기엔 가성비를 충족하지 못해 버블과 버블붕괴를 거친 후 진정한 신산업이 도래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수평 분권화된 플랫폼의 신산업을 개화할 때까지 보다 적극적인 산업 육성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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