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농부.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의 명함에 적힌 타이틀이다. 7년간 730명의 커리어를 매칭해 온 그에게 딱 맞는 수식어다. 지난 5월 그 경험들을 토대로 『커리어피보팅』을 발간한 그 자신도 사실 이과생에서 문과생으로, 변호사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커리어피보팅(career pivoting)의 당사자다. 장 대표를 만나 내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방법을 들어봤다.
요즘 젊은 세대의 직업환경을 어떻게 보나.
대혼돈의 시대다. 예전엔 대학을 졸업하면 공채로 채용하고, 일을 하면서 잘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했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묻는다. 대학에서 공부한 것 외에는 없는데 말이다. 세상은 빨리 변하는데 학교는 그러지 못하다 보니 학교와 세상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황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반대로 그 격차를 인정하고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커리어피보팅이란 화두를 꺼냈다.
우리 시대는 과거와 다르지 않나. 앞으로 우리가 일을 한다면 형태도, 내용도 바뀔 텐데 그 일의 모양과 방향을 나에게 맞는 모습으로 조명하고 만들 필요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가장 먼저, 일이 나에게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경우 일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내가 잘 쓰이는 게 너무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덜 벌어도 되니 정해진 시간 동안 정해진 일만 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즉 내가 일에 기대하는 게 뭔지 정의돼야 한다. 커리어피보팅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게 직업을 바꾸는 걸 수도 있고, 직장이나 일의 형태를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커리어피보팅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탐색-선택-집중-연결, 이 네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피보팅할지 검토하고 탐색한 후, 선택을 했으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을 해봐야 나에게 맞는 일인지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추려내고 연결해야 한다. 최근 6개월간 탐색 과정을 거친 한 친구는 이직하지 말자는 결론을 얻었다. 이직을 시도해 보니 지금은 본인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할 준비가 덜 된 것을 깨달은 것. 하지만 이후에는 어느 분야로 갈지, 어떤 역량을 갖출지 등 몇 가지 결론을 추려냈다. 치열한 탐색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얻어낼 수 있었던 결과다. 이것을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주도적인 탐색 역량을 기르는 게 중요해 보이는데.
무엇보다 좋은 진로교육 중 하나는 스스로 돈을 벌어보는 것이다. 그게 아르바이트라도 좋다. 미국 같은 경우는 레모네이드를 팔거나, 옆집 아이를 돌봐 주고 돈을 받는 식으로 이런 교육이 생활 속에 자리 잡혀 있다. 열에 아홉은 돈 버는 직장에 가서 일을 할 텐데 부모들도 열린 마음으로 자녀에게 그런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정해진 일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 뭔가 노력했을 때 용돈을 주고, 그렇게 번 돈으로 스스로 투자하고 관리하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다음 세대에 한말씀.
나에게 맞는 일을 찾고 싶다는 바람부터 시작하자. 내가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이 바꿔도 잘 바꾸고, 해도 오래한다.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살아도 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에게 일이라는 자전거가 있는데, 이 자전거는 ‘꿈’과 ‘밥’이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 이걸 탄탄하게 굴리면 원하는 데를 마음대로 갈 수 있다. 얼마나 즐겁나. 나만의 일, 나의 일이라는 자전거를 잘 굴려가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