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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 보급률 세계 1위지만 소비자 접근성은 떨어져
박태준 전기차 칼럼니스트, 『충전 중인 대한민국 전기차』 저자 2022년 10월호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충전기 1대당 전기차 보급대수 2.6대로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이 30여 OECD 국가 중에 가장 높았다. 세계 최대 전기차 보급국가인 중국은 7.2대로, 중국이 우리보다 충전기를 찾아가는 데 2.8배 더 어렵다는 얘기다. OECD 국가들의 충전기당 차량 평균은 9.5대다.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완속충전기(7kW급)는 10만 기를 넘어섰다. 개인전용 완속충전기와 급속충전기까지 합치면, 전국에 설치된 충전기는 14만 기가 넘는다.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 약 30만 대와 비교하면 IEA가 조사한 2.6대보다도 뛰어난 충전인프라를 갖췄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충전시설 부족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가 매년 수만 기의 충전기를 보급해 보급률은 세계 1위가 됐지만 소비자 접근성은 떨어져 필요한 장소엔 충전기가 없거나, 있어도 고장난 채로 방치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충전시설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정부가 보조금을 소비자가 아닌 충전사업자에게 지불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환경과 관계없이 충전기가 구축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충전사업자는 소비자 접근성과 상관없이 단순 설치물량에 따라 충전기당 수백만 원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는 충전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보조금을 선점하기 위한 외주 영업비용은 충전기당 역대 최고치인 100만 원까지 뛰기도 했다. 150만 원이면 충전기 구매와 설치까지 가능한데 보조금 경쟁 탓에 충전기 설치비용은 과도한 영업비까지 합쳐져 3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다.

정부는 보급사업 초기에 충전기당 보조금으로 500만 원을 지원했고, 이후 매년 보조금 단가를 단계적으로 줄여왔다. 지난해 완속충전기 보조금은 200만 원으로 실제 충전기 가격과 설치비를 쓰고도 10~20% 수익을 내는 구조다. 그런데 올해부터 보조금이 평균 160만원으로 줄어 처음으로 충전기 설치비보다 국가보조금이 낮게 책정됐다. 충전업계가 보조금으로 수익을 내는 건 옛말이 된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충전업계에 투자 열풍이 불면서, 또다시 보조금 경쟁이 치열해졌다. 각종 펀드사나 대기업들이 충전기 설치물량이 많은 충전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다. 시장 상위권 충전업체 대부분의 직원 수는 20명 안팎이지만, 회사 가치는 1천억 원이 넘을 정도로 과도한 거품이 생겼다.

정부의 보조금정책은 충전요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직접 충전기를 설치하면,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가정용 전기요금과 비슷한 kWh당 100원 안팎의 충전용 전기요금으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를 거치면서 요금은 크게 달라진다. 현재 완속충전 요금은 kWh당 200원이 넘는다. 업체별로 서비스 마진을 붙이기 때문이다. 충전업체는 소비자에게 충전기 고장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해 주고, 충전기를 이용할 때 사용자 인증과 과금에 필요한 서버를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전은 지난 7월부터 kWh당 전기요금을 5원 인상한 데다, 충전요금 할인 특례제도 7월부터 폐지되면서 충전요금은 200원 중후반까지 올랐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결국 국가보조금이 소비자 편리성이나 접근성을 높이기보다는 충전시장의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동시설의 충전기 설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국가는 여럿 있지만, 사업자를 지정해 충전기와 설치비 등을 지원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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