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하는 와중에 올해는 폭염과 산불에 이어 역대급 태풍까지 발생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갔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많은 국제 연구기관이나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내놓은 수단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에너지 사용기기의 효율 향상(energy efficiency)이고 둘째는 에너지 소비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며, 셋째는 최종에너지의 전기화(electrification)다. 특히 수송 부문에서는 교통수단의 전기화가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0월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전기차 비중을 최소 8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기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 구매보조금 지원, 세제 감면은 물론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및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정책에는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전기차는 주행 중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무배출차량(ZEV; Zero Emission Vehicle)으로 평가받는데, 이는 전기차의 동력, 즉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 물질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 총발전량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약 35.4%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기차에 충전되는 전력의 약 3분의 1은 많은 양의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석탄발전에서 비롯됐다는 뜻이다.
전기차에 구매보조금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주는 주된 근거는 환경적인 편익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발전 부문에서 생기는 환경오염 물질의 피해를 고려한 필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기승용차는 경유승용차에 비해 약 129만 원에서 162만 원의 환경편익이 발생하는 반면 휘발유 차량에 비해서는 약 –5만 원에서 23만 원의 환경편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발전 부문의 환경오염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전기차와 휘발유 차량의 환경적 편익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평균적으로 전기차가 휘발유 차량에 비해 약 1,095달러의 환경피해가 더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의 국내 전기 생산구조로 볼 때 정부의 재정지출로 지급되고 있는 전기차 구매보조금(국고보조금 최대 700만 원, 지자체 최대 1,100만 원)은 전기차의 환경편익에 비해 과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환경적 형평성 측면의 문제도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다른 중요한 부분은 차량이 운행되는 지점이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는 지점, 즉 발전소가 위치하는 지점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전기차가 경유차를 대체한다는 것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차량이 운행되는 곳에서 발전소가 위치한 곳으로 환경오염 물질로 인한 피해가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전기차의 46.6%는 서울·경기·제주에서 등록됐다. 반면 해당 지역 발전량은 전체의 약 15.9% 수준이며 특히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되는 석탄발전량의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서울·경기·제주에서 전기차 보급이 증가한 만큼 해당 지역에서의 미세먼지는 줄어드는 반면 석탄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서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수송 부문의 전기화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미세먼지를 완화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임에 틀림없다. 다만 발전 부문의 친환경적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 더불어 전기차 보급으로 발생하는 환경피해의 지역적 차이 및 형평성 문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