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의 우리 사회 모습을 떠올려 보자. 산업화·도시화가 빠르게 이행되면서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초등학교는 아이들로 넘쳐나 오전·오후반 2부제로 나눠 등교했고 반에는 60명 이상의 학생으로 가득 찼다. 명절에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기 위해 수십 명의 가족이 함께 모였고, 부모님이 환갑이 되면 일가친척이 모여 축하잔치를 성대히 치렀다.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면서 3세대가 모여 대가족을 이루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1980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비율은 3.8%에 불과했고 15세 미만 아이는 34%로 전형적인 피라미드 형태의 인구구조였다. 100명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6.1명의 노인을 부양했다. 당시 기대수명은 66세(남자 62세, 여자 70세)로 낮았고, 노후준비를 위한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전까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합계출산율은 2.8명, 연간 출생아 수 86만3천 명으로 아이들이 넘쳐났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산부인과와 학원들로 가득 찬 상가가 점차 사라지고 대신 노인요양원과 요양병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은퇴 후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과 폐지를 수집하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공존하고 있다. 시골에는 폐교된 학교와 빈집들이 급증하고 청년·장년들을 보기가 어렵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00년 7.3%(고령화사회), 2017년 14.2%(고령사회)를 거쳐 현재 17.5%이고, 2025년에는 20.6%로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노인 1천만 명 시대’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농가의 노인인구 비중은 46.8%, 어가는 40.5%, 임가는 44.2%로 시골의 고령화율은 증가 추세다. 의료 및 보건 제도 도입·확산에 따라 2020년 기준 기대수명도 83.5세(남자 80.5세, 여자 86.5세)로 빠르게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전 세계 최하위, 홍콩 제외), 연간 출생아 수는 26만 명대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40년 만에 인구구조가 중장년층이 볼록한 항아리형으로 변했다.
이제는 100명의 생산연령인구가 24.6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은 OECD 38개 국가 중 30위로 아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이 걸린 데 비해 우리는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아가 노인인구 30%까지는 10년(2035년), 40%까지는 15년(2050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에 따라 2050년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79명, 2070년에는 101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1,800만여 명의 베이비붐세대(1955~1975년생)가 매년 90만여 명씩 노인인구에 편입될 예정이다. 이들은 이전의 노인세대와 달리 도시생활에 익숙한 고학력자, 공적연금·퇴직연금 등 노후준비를 상당 기간 해온 중산층, 자녀와 동거를 선호하지 않는 독립적인 노인의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인이 다른 노인을 돕는 ‘노노케어’, 가족 간병을 위한 이직(간병이직), 고독사, 황혼이혼 등 새로운 사회 현상·문제도 동시에 증가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선 고령화 상황과 원인, 관련 정책을 통계에 기반해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점은 OECD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 노인 관련 일부 지표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은 2020년 38.9%(2019년 OECD 평균 13.5%), 노인자살률은 2019년 10만 명당 46.6명(OECD 평균 17.2명)을 기록하고 노인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은 10만 명당 19.8명(OECD 평균 7.6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노인의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파악하기 위한 포괄적 연금통계 구축, 노인복지 지출 및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인연령의 점진적 조정,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만성질환·우울증 등을 겪는 노인환자를 위한 돌봄서비스와 노인주거시설의 체계적 연계도 중요하다.
셋째,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길게 하거나 각종 안내판의 글자를 크게 만들고, 독거노인을 위한 디지털 활용(감지 센서) 등 생활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노인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 체계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면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