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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태·근로능력 좋아진 만큼 노인연령 기준 점진적으로 상향돼야
이태석 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 2022년 11월호
 

최근 고령자의 건강상태 및 근로능력이 개선됨에 따라 실효적 은퇴연령이 연장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하에 오랫동안 유지돼 온 ‘65세 노인연령 기준’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정재원 문제가 심각한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연금수급 개시 연령을 2022년 현재 독일은 65세 11개월, 영국과 아일랜드는 66세, 스페인 66세 2개월, 네덜란드 66세 7개월,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아이슬란드 등은 67세로 상향조정했거나 상향조정할 계획을 마련했다. 최근 주요국 노인연령 조정은 경제성장 둔화에 따라 재원 확충이 제한적인 가운데 건강상태와 근로능력이 좀 더 열악한 고령자에게 정책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구조를 차치하더라도 현재 노인복지 사업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급속한 노인복지 사업지출 증가에도 노인 약 40%가 중위소득 50% 이하의 소득 수준이며, 이러한 추세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소득 하위 70%의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노인복지 사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노인빈곤 문제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라기보다는 복지지원 불충분성 문제로 해석된다. 즉 노후소득이 불충분한 이들에 대한 좀 더 효과적인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70%가 생산연령인구(15~64세)에 해당하나 앞으로 40년간 노인인구가 매우 빠르게 증가해 피부양 고령인구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의 노인연령 기준에 따라 노인복지정책을 마련할 경우 예산이 제한적인 만큼 1인당 지원금액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예산 확대를 도모할 수 있겠으나 생산연령인구 비중 축소와 절대적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조세부담 증가를 의미하고, 현실적인 재원확대 규모는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장기 세입증가 둔화와 복지지원 불충분성 문제에 대응하고 생산연령인구 확충과 피부양 고령인구 축소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노인연령 상향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인연령 상향은 생산연령인구의 연령 상한과 피부양인구의 연령 하한을 동시에 의미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일정 연령 이상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근로능력과 소득 수준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상태와 근로능력이 지속해서 개선되는 추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기대여명의 개선 추이를 반영해 점진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조정해 건강상태 개선 추이를 반영하는 한편, 좀 더 취약한 정책대상에 집중해 충분한 정책지원을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근로능력이 높은 고령 근로자의 고용확대를 통한 조세기반 확충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정년 연장 혹은 폐지는 불가피하나 현재 임금체계와 고용구조를 유지하면서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부담이 급증해 고령층 근로 활용에 장애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60세 이상을 정년으로 규정하는 법적 제도가 있음에도 대부분 주된 일자리에서의 평균 퇴직연령은 50세 내외에 그치고 있으며, 정년까지의 근무비율이 낮고 업종별로도 격차가 큰 상황에서 정년연장은 세대 간, 업종 간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

고령 근로자는 노동생산성의 이질성이 청년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이들은 일자리 이동 시 정보 불충분성 문제로 인해 평균적으로 낮은 생산성에 해당하는 임금과 고용형태를 가질 가능성이 크며, 기업은 높은 노동생산성을 갖춘 근로자 부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현재 고령 근로자의 고용형태와 임금수준이 열악하고, 일부 업종의 경우 충분한 경험을 갖춘 근로자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정보 불충분 문제에서 기인한 결과다. 향후 고령 근로자가 늘어남에 따라 노사 양측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 예상되기에 이러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년 혹은 근무연수 연장이 공동의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령 근로자를 포함한 이질적 근로자들의 생산성 파악을 위한 경영자의 노력 제고, 이를 반영한 임금체계 변화와 건강관리·계속교육 등을 통한 고령층 노동생산성 유지를 위한 노력이 종합될 때 노사 공동이익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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