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보다 앞서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식품기한 표시와 관련해 1995년 4월부터 제조연월일 등의 표시 대신 ‘소비기한 또는 상미기한(賞味期限; 식품의 맛이 가장 좋은 기간, ‘품질유지기한’이라고도 표시)’으로 표시해 왔다. 이후 2005년 7월 31일 「식품위생법」과 「농림물자의 규격화 및 품질표시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상 식품표시 기준을 개정하면서 상미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이라는 용어를 혼용해 왔던 것을 모두 ‘상미기한’으로 일원화했다. 아울러 상미기한과 소비기한의 정의 그리고 이를 어느 경우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정비했다.
일본에서 ‘소비기한’은 정해진 방법에 의해 보존할 경우 부패·변질, 기타 품질의 열화(劣化; 성능이 서서히 떨어져 파괴되는 현상)와 더불어 안전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정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기한은 대략 5일 이내에 소비해야 하는 도시락, 반찬, 생면, 조리된 빵(샌드위치) 등 열화가 빠른 식품에 주로 표시된다.
한편 ‘상미기한’은 가공 후 품질변화 속도가 느린 식품이 대상으로, 정해진 방법으로 보존할 경우 기대되는 품질의 유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상미기한이 적용되는 식품으로는 스낵 과자, 컵 국수,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 주스, 쇠고기 육포, 어묵, 우유, 버터 등이 있다. 이러한 식품기한 표시는 기본적으로 연월일로 표시하는데 통조림과 같이 3개월 이상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식품은 연월만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리고 통상 상미기한이 지난 경우라도 정해진 방법으로 보존한다면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식품기한을 다양한 용어로 표기해 왔으나, 최근에는 이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품질유지기한을 의미하는 용어로 통일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미국은 식품안전검사국(FSIS)에서 「연방 육류 검사법」, 「가금류 제품 검사법」, 「계란 제품 검사법」에 따라 육류, 가금류 및 계란 등 식품의 안전성을 검사하고 적정한 식품의 표기를 감독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영아용 조제식을 제외한 식품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에 관한 연방 차원의 통일된 표기 규제가 없어 식품 제조사와 판매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표기돼 왔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기한 표시제와 유통기한 표시제를 병용하고 있으며, ‘Use By Date(권장 사용기한)’, ‘Sell By Date(판매 가능기한)’, ‘Best if Used By Date/Before(맛과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한)’, ‘Expiration Date(섭취할 수 있는 최종기한)’ 등 다양한 날짜 표기법이 혼합 사용됐다.
한편 규제를 받는 영아용 조제식의 경우 함유된 영양소가 손상되지 않은 채 섭취할 수 있는 안전사용기간으로 ‘Use-By’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의 ‘Use-By’는 영아용 조제식에 한해 통용돼 왔다. 일부 식육과 가금육 제품에는 포장일인 ‘Date of Packaging’을 표시한다.
FSIS는 2019년 4월 9일 이와 같은 다양한 식품 날짜표기법 중 소비기한 내지 품질유지기한의 성격을 지니는 ‘Best if Used By’의 표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자 ‘FSIS 식품 날짜 표기법의 이용지침’을 발표했다. 그 이유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Best if Used By’라는 표기를 사용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 이 문구를 식품 품질의 기준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소비기한을 식품의 특성에 따라 세분화하고 품질유지기한과 같은 별도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변화하는 소비기한 제도에 대해 식품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물론 소비자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소비기한으로 일원화해 사용하되 향후 식품의 특성에 따라 기한 표시를 세분화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