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이슈
“당분간은 유통기한·소비기한 제품 혼재···일자표시 확인하고 보관방법 철저히 지켜야”
오재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 2022년 12월호

 

내년부터 유통기한 적용대상 식품이 모두 ‘소비기한’ 표시제로 바뀐다. 가공식품의 약 90%가 해당되는 만큼 우리 식품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오재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표시광고정책과장을 찾아 소비기한에 대해 들어봤다.

소비기한 표시제, 어떻게 도입하게 됐나?
학계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10여 년 전에 도입하고자 했으나 소비자단체의 안전성 문제 제기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 후 여러 준비단계를 거쳤다. 2017년 소비기한 일자표시 개선방향 연구를 통해 유통기한 병행표기보다는 소비기한 단독표기가 제안됐고, 2018년부터 2년여에 걸쳐 소비자단체, 산업계, 학계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세미나·포럼 등 다양한 소통을 통해 소비기한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2020년 7월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돼 지난해 8월 17일 개정·공포됐다.

제도 도입을 준비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영업자들이 안정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판단해 제도기반 마련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소비기한을 설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식품유형별 권장 소비기한 설정 등을 통해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또 올해 8월부터 선적용을 허용하고, 내년 1년간 계도기간을 부여해 제도의 안정적 도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기한 도입 법안이 발의된 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표시하자는 법안도 발의돼 국내외 의견을 들었다. 두 가지 날짜가 함께 표시된 경우 오히려 소비자 오인 혼동 우려가 높고, 산업계는 제품에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찍으려면 설비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국제기준에 맞지 않아 향후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미국·EU의 의견도 있어 단독표기로 추진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명칭만 소비기한으로 바꿔 표시할 수 있다며 실효성을 우려하는데. 
제도 도입 초기고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 기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표시해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소비기한 설정실험을 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품목별로 권장 소비기한이 제시되는 등 제도가 안착된다면 이 문제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 

권장 소비기한 설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식품기한은 영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설정하는데, 식품업계는 영세업체가 많고 대기업이라도 3천~4천 개 되는 모든 품목의 소비기한을 실험하기에 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정부에서 권장 소비기한을 설정하게 됐다. 매년 50개 유형씩 총 4년에 걸쳐 200개 유형 식품에 대해 진행한다. 올해는 빵류·두부류·달걀 등 기존의 권장 유통기한 설정식품 23개, 햄류 등 다소비식품 13개, 영유아용 이유식 등 어린이식품 4개, 과자·가공유·만두 등 업계 요청 10개 식품을 포함한 총 50개 유형 약 430품목을 실험하고 있다. 그중 80품목은 곧 공개될 예정이다. 영업자는 생산하는 유사제품에 권장 소비기한 범위 내에서 기한을 적용할 수 있고, 만약 권장 소비기한보다 기한을 길게 정할 경우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유통기한보다는 얼마나 길어지는지?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간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제품 특성에 따라 유통기한보다 10~40% 정도 길게 나온다. 그런데 현재 소비기한에 대해 검색하면 소비자원에서 2012년 발표한 자료가 나오는데, 그 기간이 꽤 길어 오래된 제품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더러 있다. 소비자원 검사는 우리나라 냉장제품 보관기준인 0~10도가 아닌 0~5도에서 보관한 결과라 그렇게 길게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미생물 항목을 중심으로 특정 몇 가지 요소만 검사하는 등 실제 소비기한 검사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해 주길 바란다.

소비자로서 신선도가 염려되기는 한다.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임의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원료의 특성, 가공공정, 포장조건, 보관조건 등을 고려해서 오감을 이용해 맛·향 등을 평가하는 관능 검사, 미생물학적 검사, 물리적 검사 등을 거쳐 하나의 변화시점이 보이는 품질한계시점을 찾는다. 그 품질의 변화라는 게 미생물학적으로는 안전하다 해도 이상한 맛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식품의 품질이 떨어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엄격한 기준을 갖고 과학적으로 실험한 결과를 기반으로 설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기한이라고 해서 신선하지 않은 것을 먹는 건 절대 아니며, 규정된 보관조건에서는 지속 가능한 식품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유는 소비기한 표시제에서 유예됐는데.
딸기우유 등 가공우유, 멸균우유는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고, 냉장보관하는 흰 우유에만 8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우리 콜드체인시스템이 잘 돼 있지만 매장에서 제품을 실온에 두는 시간이 생길 수 있고, 외부 온도 변화에 따라 일정온도 유지가 어려운 오픈형 냉장고도 있어서 우유를 소비기한에서 제외해 달라는 업계의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섭취 여부를 가장 고민하는 품목이 우유인 만큼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가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2031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참에 냉장 유통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본다.

콜드체인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우리나라 냉장유통 환경은 체계적으로 잘 구축돼 있는 편이지만, 유통단계별로 온도 유지나 냉장·냉동 식품의 상온 방치 등 관리단계의 문제점들이 간혹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냉장·냉동 식품의 유통단계별로 지켜야 하는 사항, 보냉력 향상을 위한 설비 종류, 가정에서의 냉장고 보관법 등을 정리한 지침서인 ‘콜드체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준비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가정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각 가정에서는 온도에 민감한 냉장·냉동 식품의 보관조건을 잘 지켜야 한다. 냉장칸 온도는 4도 이하, 냉동칸 온도는 –18도로 설정해 식품을 보관해야 한다. 특히 개봉한 제품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표시된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까지 품질이 유지되기 어려우므로 가급적 빨리 섭취해야 한다.

내년은 계도기간이다. 본격 시행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계도기간에는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포장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계도기간이 지나면 유통기한이 표시된 포장지를 사용할 수 없어 포장지를 교체하거나,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스티커를 붙일 때 날짜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고 유통기한으로 표기된 부분을 소비기한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산업계에 한 말씀.
다양한 품목의 제품 표시사항 변경으로 업계에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정보들을 협력사와 소비자들에게 공유해 주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3~4년 정도는 유통기한으로 표기된 제품과 소비기한으로 표시된 제품이 혼재돼 유통·판매된다.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나 섭취 시 일자표시를 확인하고 보관방법을 철저히 준수하길 바란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