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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융권 전체 위기는 아니라는 안도감… SVB 사태 상흔은 여전
정시행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 2023년 05월호

미국과 전 세계를 2008년 금융위기 재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 넘게 지났다. 지난 3월 10일 실리콘밸리 약 1,700개 스타트업의 돈줄이었던 SVB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보유 국채의 가치 폭락으로 파산하고, 직후 뉴욕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며칠 뒤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부실 충격에 휩싸여 UBS에 인수되고, 독일 최대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주가가 폭락하는 등 구미 은행권 전체 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SVB 붕괴 직후 미국인들이 2주 만에 5,500억 달러(약 716조 원)의 예금을 미 전역의 중소은행에서 대거 빼내기도 했다. 

불과 한 달여 만인 4월 현재, 뉴욕 월가와 재계에서 SVB 사태는 화제의 중심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미국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 워낙 빠르게 개입해 예금 전액 보호 같은 전례 없는 유동성 지원에 나선 덕에 추가 뱅크런이나 은행 파산 도미노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유럽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조치로 예금자들을 진정시켰다. SVB 사태는 일부 지역 중소은행의 경영 문제일 뿐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위기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SVB 사태가 초래한 낙진 또는 비슷한 성격의 금융권 돌발 악재가 또 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잠복해 있다. 우선 미국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을 강화하고, 은행들도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가 미국과 글로벌 경기침체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은행규제 「도드-프랭크법」을 트럼프 정부 시절 완화한 것이 SVB 사태의 원인”이라며, 자산 1천억~2,500억 달러 규모 은행을 대상으로 유동성 강화 규제를 복원했다. 

은행의 대출 기준이 높아지면 사실상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효과가 있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연준의 긴축 행진으로 5%대 고금리가 장기화될 전망인데, 은행 문턱까지 높아져 미국의 소비·고용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평가다. 소비는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만약 미국 소비가 급속히 둔화한다면 미국경제는 예상보다 큰 침체에 빠질 수 있고 이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의 수석 경제논설위원 그레그 입은 “SVB 사태의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몇 년간 다수의 은행이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됨으로써 신용공급이 줄고 서서히 금융시스템을 갉아 먹는 슬로모션 은행위기(slow-motion banking crisis)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제로금리의 풍부한 유동성 덕에 빠르게 덩치를 키웠던 실리콘밸리의 기술 관련 스타트업들이 통화긴축과 SVB 사태 여파로 차입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미국의 혁신엔진을 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4월 미국 기업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SVB 사태의 상흔이 이미 대형은행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즈는 1분기 S&P 500 지수 상장기업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6%대 감소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 경제붕괴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선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SVB 사태에 따른 은행권 규제와 신용경색이 겹치면서 향후 가계 빚 급증과 상업용 부동산 줄파산 등 여러 뇌관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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