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난방비 폭탄에 대한 여러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곤 한다. 전기나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면 에너지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올여름도 걱정이다.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소비는 불가피한데, 강요된 절약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만 제시한다면 언젠가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온도의 변화에 맞춰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 항온동물이다. 우린 겨울철 외기온도 -10℃ 이하에서 실내온도 20~22℃를, 여름철 외기온도 30℃ 이상에서 실내온도 24~26℃를 유지하기 위해 보일러와 에어컨을 켜야만 생활할 수 있다. 태양 복사열이 그대로 유입되는 유리건축물의 경우 쾌적한생활이 가능하려면 에어컨을 계속 켜둬야 하는데, 아무리 틀어도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없어서 ‘냉방비 폭탄 건축물’이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데 전기나 가스를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는 건축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주택단지인 노원 이지(EZ; Energy Zero)하우스는 냉난방비가 적게 나온다. 그 비결을 ‘제로에너지빌딩’의 정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에 따르면 제로에너지빌딩이란 건축물에 필요한 냉난방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대한 낮춘 건축물이다.
즉, 제로에너지빌딩을 만들려면 우선 건축물에 필요한 냉난방 부하를 최소화해야 한다. 냉방과 난방 부하를 줄이는 건축적인 해결방안은 신기하게도 동일하다. 먼저 기존 건축물 외피 설계방식에서 벗어나 건축물 구조체 외부에 단열하는 외단열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 이유는 낮 동안 뜨거워진 콘크리트가 저녁에는 ‘검은 태양’으로 돌변하면서 실내로 열을 방출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열대야가 아닌 저녁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뜨거운 콘크리트 지붕과 벽 때문이었다. 그리고 단열과 기밀성능이 우수한 시스템창호를 건축물 외피에 적용한 후에 열 회수형 환기장치까지 설치하면 내외부 공기가 순환하는 ‘숨 쉬는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건축물의 단열방식만 바꿔도 냉난방비 절약은 물론 도시의 열섬효과까지 막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기밀성능을 확보하고 결로현상을 줄이기 위한 세부 설계가 있다. 특히 여름철 냉방 부하를 더 효과적으로 줄이는 기술 중의 하나로 건축물 외피 바깥에 블라인드 등과 같은 차양 장치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아무리 단열성능이 높은 유리창도 단열성능이 뛰어난 벽체에 비해선 5~6배 이상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양 장치를 통해 실내로의 복사열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후위기로 더 잦은 폭염과 혹한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국가가 에너지 비용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을 위해 건축물 냉난방 부하를 줄일 수 있는 기존 건축물에 대한 그린리모델링, 신축 건축물 제로에너지빌딩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필수항목에 냉난방 부하 목표 기준까지 추가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국민의 삶의 질은 높이면서 냉난방 에너지까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