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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요약으로 보는 사람들
구현모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2023년 08월호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김아영 배우와 ‘젊꼰(젊은 꼰대)’ 주현영 배우를 낳은 SNL코리아는 어디서 가장 흥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유튜브 쇼츠(shorts)와 틱톡이 아닐까 싶다. 본편보다 본편의 하이라이트를 본 사람이 많은데, 이는 대부분 쇼츠와 틱톡이 그 통로이기 때문이다. 

쇼츠로 SNL코리아의 인지도를 높인 쿠팡플레이는 이 경험을 전략으로 녹여내, 자사에서 독점으로 중계하는 K리그의 흥행을 위해 ‘유튜브 K리그 크리에이터’를 별도로 모집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시청자들은 SNL코리아를 쇼츠와 틱톡 등 짧은 클립으로 소화할까?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에 중독되고 있고, 집중력은 도둑맞고 있다. 최근 발간된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며 직장인의 평균 집중 시간은 3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한국이라고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일례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영화 흥행 톱 10의 평균 러닝타임은 129분에서 114분으로 10% 넘게 짧아졌다. 

OTT 시청 패턴도 바뀌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전>을 유튜브에 검색하면 매 회차의 내용이 요약된 수많은 콘텐츠가 나온다. 조회 수도 적지 않다. 올 상반기에 크게 흥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도 마찬가지다. 각 회차 요약은 물론 복선과 명대사 하이라이트들이 시리즈별로 올라와 있다. 틱톡은 더 극적이다. 콘텐츠별로 주요 구간을 잘라서 올려놓은 계정이 수두룩하다. 저작권의 문제는 차치하고 보면, 사용자들이 OTT 바깥에서 60초 내외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OTT콘텐츠의 특성을 고려하면 꽤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OTT콘텐츠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특징을 문제로 산정한, 일종의 ‘해결책’이었다. 자극적인 소재, 짧은 러닝타임, 압축적인 콘텐츠 연출과 빠른 전개 그리고 단숨에 이어 볼 수 있는 전체 공개 등이 그 특성이다. 그런데 그 콘텐츠마저 배속으로 본다거나, 더욱 압축한 요약본으로 본다는 것이니 시청자들의 인내심은 이제 최대 60초라고 해도 무방하다. 

예전엔 롱폼·숏폼 콘텐츠의 구분이 있었는데, 이젠 롱폼 콘텐츠를 숏폼으로 소비하는 새로운 현상이 일종의 기본값이 된 셈. 처음부터 끝까지 볼 사람들은 앞으로도 더 적어질 것이며 보지 않고도 본 것처럼 그럴싸하게 말할 사람들은 많아질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한두 컷을 재밌게 소비할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결국 창작자들은 그들을 수요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모든 롱폼을 60초 내외 숏폼으로 소비하는 세상에 창작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모든 콘텐츠를 60초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60초로 소비될 수 있는 시퀀스는 필요하다. 즉 60초로 소비돼야만 본편이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콘텐츠 안에 밈으로 소비될 수 있는 컷을 만든다면 예비 시청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SNL코리아와 최근 ‘남편사망정식’이라는 밈으로 화제가 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 그 예다. 

‘하이라이트’의 사전적 정의는 가장 중요하거나 흥미 있는 장면이다. 전체와 부분이 존재하던 시기엔 본편이 본이고, 하이라이트가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60초 하이라이트가 흥행해야 전체 회차가 존재할 수 있는 시대다. 시청자의 변화한 패턴을 역행하는 것은 불가하다. 본말이 전도된 새로운 뉴노멀 시청 패턴에 모두가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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