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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또 다른 한국, 베트남
최장호 세종학당재단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 소장 2023년 10월호

베트남에서 가장 설레는 일 중 하나가 ‘한국어 말하기 대회’ 심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소개하고 싶은 한국문화’라는 대회 주제에 명절과 한복, 맛있는 전통음식 등을 예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베트남 중부도시 달랏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는 발표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금 모으기 운동을 언급하면서, 베트남도 1940년대의 ‘보릿고개’를 나눔의 정신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나눔 문화가 비슷하다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류 확산과 함께 전 세계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관심은 단연 최고로 ‘열풍’ 그 이상이다. 먼저 우리 정부가 한국어·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 세계 85개국 248개소에서 운영 중인 세종학당만 해도 베트남에가장 많은 23개가 소재한다. 2021년에는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채택돼 더 많은 베트남 사람이 초등교육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됐다. 현재 베트남 대학 중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곳은 53개소인데, 약 2년 사이 20개소가 증가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 지난해 국내 대학 유학생 16만6,892명 중 22.7%가 베트남인이었다.

특히 지난 8월 말부터 베트남 국영 지상파 교육전문 채널인 VTV7에서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인 <한국어로 말해봐요!> 시즌 2가 방영 중이다. VTV7은 베트남 내 가장 공신력 높은 방송국으로 우리나라의 EBS와 같다. 2021년 세종학당재단과 협업해 <한국어로 말해봐요!>를 제작하고 유튜브로 처음 송출했던 당시 조회수가 29만 회를 넘어섰었다. 올해 다시 시작된 이 방송은 매주 2회 황금 시간대(18:30~19:00)에 편성됐다. 한국어로만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이 공영 방송사에서 송출된 사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한국어는 ‘미래’, ‘꿈’, ‘희망’의 의미가 되고 있다. 베트남 전역에 한국 기업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 취업은 베트남인들이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베트남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약 400달러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면 그 2배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베트남 교육당국의 발표를 보면, 요즘 베트남 대학에서 한국어학과의 입학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고, 유명 한국어학과는 최상위권이 갈 수 있는 의과대학 수준의 점수가 요구된다고 한다. 

오늘날 남부의 껀터부터 북부의 타이응우옌에 이르기까지 베트남 어디에서나 한국어의 관심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세종학당 지정을 위해 베트남 북부 꽝닌성의 한 시골 지역을 방문했을 때다. 베트남어가 되지 않아 늦은 점심도 먹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 아주머니의 딸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더니 대뜸 우리들 앞으로 휴대전화를 들이밀었다. “어떤 음식을 주문하고 싶으세요”라는 한국어가 들리자 일행 모두가 너무 놀라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가게 주인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딸의 친구에게 전화한 것이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 나아가 한국은 이제 베트남인들이 함께 향유하고 사랑하는 그 무언가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가 베트남의 한국어 열풍을 묻는다면, ‘베트남은 이제 동남아의 또 다른 한국’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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