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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꼴산업 투자, 한국어산업으로의 확대 필요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 2023년 10월호

‘한글은 예술품 같다’는 외국인들의 의견은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근거를 객관적으로 풀어놓은 학문적인 발언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글의 예술성은 무엇이고 그 특성은 어떤 것일까?

모든 문자는 미적 가치가 있다. 어찌 보면 아랍 글자나 태국 문자처럼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문자들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보편주의 관점에서 보면 한글은 분명 다른 문자와 다른 독특한 미적 특징이 있다. 필자는 그 아름다움을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으로 본다. 

간단히 얘기하면, 한글은 15세기 창제 기준으로 보면 가장 간결한 점·직선·동그라미로만 구성돼 있다. 현대 글자로 본다면 동그라미와 직선만으로 이뤄져 있다. 전 세계 문자 가운데 이런 특징을 지닌 문자는 한글밖에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렇게 간결한 문자구성소(원자와 같은 문자의 최소 요소)를 조합해 무궁무진한 음절 단위의 글자인 음절자를 만들어낸다. 바로 기하학적 생성의 아름다움이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미국 과학잡지 『디스커버리』 1994년 6월호에서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한눈에 구별되며 모음은 점과 수직선·수평선의 조합으로, 자음은 조음 위치와 방법을 정확히 본뜬 기하학적 기호로 이뤄진다. 이들 자음과 모음은 사각의 공간 안에 잘 조합돼 한 음절로 표기될 수 있다. 그래서 28개 글자만 기억하면 아주 빠른 속도로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글의 미학적 특성에 ‘기하학’이란 말을 붙인 것은 평면 기하, 입체 기하 원리가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마치 바둑판 같은 음절표를 생성해 내는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의 중심에는 수직선과 수평선이 황금비율로 구성돼 있는 모음자가 있다. 기하학적 아름다움은 인문학적 아름다움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직선 위주의 간결성 때문에 누구나 쉽게, 평등하게 배울 수 있는 문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글의 가치를 인문학적·미학적 감동으로 평가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먼저, 미적 특징이나 가치를 활용한 다양한 한글 상품을 개발해 한글산업의 바탕틀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고 원형 한글의 점과 직선, 동그라미만으로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간결한 문자소 덕에 오히려 무한한 변형이 가능하다. 지금도 한글패턴 넥타이 등 많은 상품이 나와 있지만 더욱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다.

둘째, 한글 글꼴산업을 더욱 북돋아야 한다. 지금도 다채로운 글꼴이 많이 개발돼 있지만 서양 알파벳 글꼴 수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글자 자체가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글꼴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 지원을 강화해서라도 국가 대표 브랜드인 한글의 디자인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글의 이러한 기하학적 장점을 살려 AI 관련 기계언어나 사라져 가는 세계 언어를 문자화하는 인류 보편 문자사업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로마자가 국제 문자 기호로 폭넓게 쓰이며 인류의 말을 표현하고 있지만, 로마자로 감당할 수 없는 인류의 언어는 많다. 

마지막으로, 한글산업은 문자 중심의 산업이지만 말과 글을 아우르는 한국어산업분야로 확대하면 더 많은 한글산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글의 아름다움은 섬세하게 발달돼 있는 한국어에서 비롯된 것이고 한글은 일종의 말과 문화와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한글의 가치와 응용도 사뭇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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