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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매개로 전 세계 문화 연결하는 다리 만드는 것이 목표”
유환수·존 웨인라이트 미리내테크놀로지스 공동대표 2023년 10월호



AI를 활용한 한국어 학습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놀랍게도 개발자는 외국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우연한 기회에 만나 사업까지 같이 하게 된 유환수, 존 웨인라이트 미리내테크놀로지스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
유환수(이하 유)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30년 일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실리콘밸리 출장을 자주 갔는데, 거기서 언어교환 파트너를 찾다가 존을 만났다. 알고 보니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1세대 개발 엔지니어로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분이셨다.

존 웨인라이트(이하 존) 처음에는 단순히 한국어를 배울 생각으로 유 대표를 만났는데 둘 다 컴퓨터 엔지니어여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엔지니어인데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
아들이 한국인 여자친구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나도 자연스럽게 보게 됐다. 처음엔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시작은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웃음). 한글 창제 이야기를 담은 <뿌리 깊은 나무>도 여러 번 봤다. 지금도 한국 드라마 팬이다. 다양한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니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게 되고 한국어에도 관심이 생겨 배우게 됐다.


한국어 AI 학습 사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존이 2019년에 먼저 제안했다. 3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하고 주말마다 만든 머신러닝 엔진의 초안을 보여주며 사업 기회가 있겠냐고 했다. 처음엔 생각지도 않았던 분야라 거절했는데, 그 후 점점 사업성이 보여 2020년에 함께 창업했다. 
모국어인 영어와 완전히 다른 체계인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디자인하는 공학자로서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다양한 온라인 자료를 찾아 공부하던 중 문득 내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게 지금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플랫폼 ‘미리내’를 소개해 달라.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컴파일러(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번역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한국어 문장을 형태소 단위로 분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를 영어, 스페인어 등 10개 국어로 학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례로 ‘물을 마셔요’를 입력하면 ‘물을’은 명사와 목적격 조사가 합쳐진 목적어 구문으로, ‘마셔요’는 ‘마시다’의 존칭어로 ‘아/어/여요’ 패턴의 종결어미가 합쳐진 동사 구문으로 분류하고, ‘-어요’ 앞에 ‘마시다’가 붙으면서 ‘다’가 탈락해 ‘마시어요’, 이것이 축약돼 ‘마셔요’가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세세한 문장분석이 차별점으로 보인다.
그렇다. 존이 ‘한 땀 한 땀’ 코딩해 개발한 한국어 컴파일러로 문장을 문법적으로 분석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사전·번역기·문법책 등 여러 채널을 이용할 필요 없이 여기서 한 번에 다 해결된다. 게다가 국립국어원 국제통용 한국어 표준모형 기준에 따른 수준별 학습을 안내해, 단계별로 학습을 완료해 가면서 같은 문법 패턴의 다른 예시로 퀴즈를 풀도록 하고 해당 패턴이 사용된 K팝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 등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분석한 화면. ©플랫폼 미리내


주요 서비스 이용층은 누구인가?
80%가 18~30세 여성이다. 총 210개국에서 월 6만~10만 명 정도가 이용 중인데, 미국에 유료 고객이 가장 많다. 인도, 베트남 그리고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도 많이 이용한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 차원에서도 미리내를 활용한다. 최근에는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몽골, 인도 등 대학의 한국어학과로 수출하기도 했다. 

이용자의 35% 이상이 K컬처에 흥미를 느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다. 미국, 유럽은 주로  취미생활로 K팝 등을 배우며 한국어 학습을 한다. 반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이용자는 취업 목적이 크다.

사업 성장 가능성은 어떤가?
K컬처로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학문으로서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경우 2020년 제2외국어로 중국어가 빠지고 그 자리를 한국어가 차지했다. 우리가 수출할 예정인 인도 네루대의 경우 한국어학과 입학 경쟁률이 지난해 무려 3,300대 1이었다. 하지만 한국어 학습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한국어를 가르칠 선생님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미리내가 그 시장을 파고들어 가고 있다. 올해 이용자 월 50만 명, 내년 100만 명, 이렇게 점차 늘려 가는 것이 목표다.

사업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마케팅이다. 전 세계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1,500개 정도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초중고교도 많다. 그런데 개인정보 규제 등으로 연락처 확보가 쉽지 않다. 또한 외국인 전문인력 활용 절차가 까다롭다. 존은 누가 봐도 전문성이 뛰어난 인력이지만 대학 졸업 전 취업해 커리어를 이어왔기 때문에 학위가 없다. 그래서 취업비자(E7) 등을 갱신할 때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
한국어는 인도 타밀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어휘가 많은 언어다. 게다가 구문이 복잡한데, 특히 동사는 활용 형태가 다양하고 어미변화에 따라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심지어 요즘에는 신조어도 쏟아져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렵다. 형태론적 분석을 통해 음절 단위로 분리하고 한국어의 문장, 절 구조 등 구문분석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일은 나에게 큰 도전이다.

한국어 그리고 한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글 창제 이야기부터가 매우 특별하다. 왕이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만들어 보급한 사례는 전 세계에 거의 없다. 게다가 한글은 자모음, 즉 초성·중성·종성이 쌓여 하나로 뭉쳐진, 다른 문자에서 찾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구조다. 음절 분리가 쉬워 ‘아샷추(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 등 신조어를 만들기 좋다. 신조어가 계속 등장한다는 것은 언어가 진화·발전한다는 뜻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신조어를 알아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어는 간결한 언어다. 예를 들어 ‘밥은?’이라는 짧은 문장으로도 많은 의미가 충분히 통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올해 한글날을 맞이해 ‘마기꾼(마스크+사기꾼)’, ‘인생네컷’ 등 신조어 300개를 ‘한국어 문화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 ‘어반 딕셔너리’의 한국어판이라 보면 된다. 그리고 K팝을 들으며 그 가사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는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엔진이 뉴스 기사 등을 스스로 학습해서 자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존이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이 하고 띄어쓰기 대중화는 미국 선교사 헐버트가 했지만, 한글 디지털화의 완성은 존이 할 거다(웃음).

미리내 바벨이라는, 한국어를 매개로 세계 모든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언어 학습을 도움으로써 전 세계의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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