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2023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요인으로 1위 기후변화 완화 실패, 2위 기후변화 적응 실패, 3위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를 꼽았다. 상위 3개 요인 모두 기후 관련 리스크가 선정될 정도로 기후변화 문제는 전 세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의 기후위기는 더 대형화·일상화되고 있다. 올 8월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해 1918년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난 산불로 기록됐다. 지난 9월 리비아에서는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약 6천 명이 숨지고 9천여 명이 실종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여름 장마 기간에도 극한호우로 하천 제방이 붕괴해 인근 지하차도가 침수되고,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 1.1℃ 올랐다. 우리나라는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1912~1940년)에 비해 1.6℃ 상승해 전 세계 평균보다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폭염 일수는 8.8일에서 21세기 말에 79.5일로, 100년 재현빈도 극한강수량은 지금보다 33~73%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더 잦아져 피해가 보다 극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근거다.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로 발생한 영향에 대한 ‘적응(adapt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제사회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산림 등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대하는 완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배출된 온실가스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까지 대기 중에 남아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 이렇듯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극한기상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것이 ‘기후(변화)적응’의 역할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5년 단위 국가 기후위기 적응정책을 수립·시행해 왔으나,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사회 전반의 인프라 및 현장 중심의 실행계획을 대폭 보강하는 ‘제3차 국가 기후위기 강화대책(2023~2025년)’을 환경부와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15개 부처가 합동으로 수립했다.
먼저, 2100년까지의 기온, 강수량 등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기후변화 상황지도를 읍면동 단위로 상세화해 고해상도로 제공한다. 또한 적응 정보를 국민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폭염, 한파, 홍수 등 위험 요인별 전국 기후위험지도를 구축한다.
소하천 범람 대비 설계빈도를 100년에서 200년으로 상향하고 대심도 터널, 지하 방수로, 강변 저류지 등 홍수·집중호우 대응 기반시설도 지속 확충한다. 지자체에서 기본계획 수립 시 재해 취약성을 분석해 방재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침을 개선하고, 해수면 상승, 태풍 강도 증가 등에 대비하기 위해 항만 설계기준도 전면 강화한다.
아울러 기후재난 대응 역량도 높인다. AI 예보·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홍수예보를 기존 3시간 전에서 6시간 전으로 앞당기고, 산불 예방을 위해 산불 위험도를 최대 1개월 전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돌발·극한 호우 정보가 국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되도록 기상청의 문자 제공 서비스도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취약계층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취약계층 조사·지원의 근거 확보 등을 위해 법적 기반을 강화한다. 아울러 산업계·금융계도 금융권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를 마련해 금융사의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해 갈 계획이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뿐 아니라 지역, 공공기관,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촘촘한 기후적응 체계가 우리 사회에 정립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