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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해 필요한 인구는 전체의 3.5%…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해”
구희 웹툰 <기후위기인간> 작가 2023년 11월호

웹툰 <기후위기인간>의 주인공 ‘구희’는 귀여운 소품과 모닝커피,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취준생이다. 그는 매해 빨라지고 있는 벚꽃 개화시기나 3년간 우리의 일상을 앗아간 감염병 대유행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목적 없는 충동구매로 가득한 자신의 방과 심지어 즐겨 마시던 모닝커피와 배달음식이 담긴 무수한 플라스틱까지 기후위기에 일조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런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플라스틱을 넘어서서 식생활, 노동, 소비, 생물다양성, 에너지, 과성장 등이 얽힌 거대하고 복잡한 문제였다.

이 웹툰은 평범하고 솔직한, 가끔은 실패를 거듭하기도 하는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누구나 기후위기 문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 동시에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할 탄탄한 데이터도 함께 제시하며 정보성도 갖췄다. 환경전문가인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의 감수를 거쳐 책으로도 나왔다. 웹툰을 통해 나라는 작은 존재가 거대한 지구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는 구희 작가를 만나봤다. 

내 집과 나를 가꾸는 것, 
지구를 돌보는 일과 연결돼


도시와 사람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해왔던 그가 기후환경 문제를 웹툰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6개월간 참여한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 ‘예술텃밭’ 덕분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극, 시각예술, 영화, 책 등의 작업물을 전시했는데, 구 작가는 기후위기 속 도시 모습을 담은 일러스트로 이 시급한 상황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인쇄물로는 전시장에 직접 찾아오지 않는 이상 대중과 소통하기가 어려웠던 데다 일러스트로 많은 정보를 담아 기후 문제를 전달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읽고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 파급력도 높은 웹툰이라는 채널에 뛰어들게 됐다. 그렇게 그리게 된 <기후위기인간>을 ‘네이버웹툰 베스트 도전’에서 연재했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제목인 ‘기후위기인간’에는 기후위기 속에 있는 인간 그리고 기후위기를 만든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정체성이 나타난다. 구 작가는 ‘기후위기’와 ‘인간’ 두 명사를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써서 이 시대의 인류를 일컫는 신조어처럼 쓰이길 바랐다고.

주인공 구희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웹툰은 작가 자신의 일상을 반영해 각색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미술학원 선생님으로 일하던 시절 가르쳤던 아이들이 상상한 인류의 미래가 ‘멸망, 멸종, 산불’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는 일화나,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올해의 컬러’와 한두 달 사이 바뀌는 유행 아이템의 너머에는 소모되는 수많은 자원과 처분되는 의류쓰레기 더미가 있다는, 의류 회사 인턴으로 일했을 때 알게 된 진실 등도 담겨 있다. 

주인공은 집에서부터 시작해 관심과 실천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이는 처음부터 구상했던 의도였다고. “내 삶을 이루는 집은 내가 무엇을 욕망하고 있고 어떤 방향성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 물건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역추적해 보니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 노동 착취가 보였다. 그래서 목적 없이 집을 채우지 않고 원래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잘 보살피고 돌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내 집과 나를 가꾸는 것이 지구를 돌보는 일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내 집과 방을 떠올리며 반성케 하는 대목이다.

지구를 가꾸는 마음으로 일상을 바꿔나가던 주인공은 점점 더 커다란 기후위기 구조를 마주하게 되면서 좌절과 충격에 빠진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건 무엇이었을까. 전체 에피소드에서도 호흡이 가장 긴(내 밥상이 지구를 해롭게 한다면①~⑦) 기후위기와 육식의 관계였다고 한다.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Cowspiracy)>를 보고 머리가 깨지는 기분이 들었단다. “환경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만 해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등이 원인이라고만 여겼지, 내 식생활도 일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당연하고 맛있고 좋은 것이라 여겼던 게 사실은 당연하지도 좋지도 않은,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됐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식습관을 한 번에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주인공은 기후변화 스터디원들과 함께 2주간 채식생활 챌린지를 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완벽하지 않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자신의 일상에 채식생활을 입혀나간다. 
 

내 실천으로 세상이 바뀌려면
실천이 정책을 바꾸는 목소리로 이어져야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누군가와 함께 실천하는 것. 이것은 그가 ‘기후우울’을 겪는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기후우울이 환경의 변화를 제일 먼저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농부, 과학자 혹은 자연재해를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주인공 구희가 기후우울을 겪고 다시 일상을 꾸려나가는 에피소드에 독자들의 많은 공감과 응원이 이어졌다고.

“한때는 매일 오늘의 기상기후 소식을 살피면서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수많은 개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주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계와 너무나도 크고 복잡한 기후 담론에 압도돼 절망과 무력감을 겪기도 하고, 나의 실천에 동참해 주지 않는 주변 사람에게 실망과 분노가 일기도 했다.” 그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실천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감정이었다. 

“그렇지만 분노와 무력감, 죄책감은 기후 문제 해결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는 구 작가.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매일 하는 것으로 다독여 나갔다. “세상에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인구는 전체의 3.5%라고 한다. 커뮤니티나 오프라인 모임 등에 참여해 보는 걸 추천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같이 행동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완벽함보다는 꾸준함 속에서 자기효능감을 가져보는 거다.” 구 작가는 다가오는 신년에 독자들과 함께 비거뉴어리(비건과 1월의 합성어로, 1월 한 달간 채식생활을 실천해 보는 세계적인 캠페인)를 실천해 볼 계획이다. 서툴더라도 함께 손을 맞잡는 게 혼자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

“요즘 SNS를 보면 ‘전기장판을 꺼낼 계절이 왔어요~’라는 소식이 많이 올라오는데, 이럴 때 얇은 이불을 두 개씩 덮으면 전기장판 못지않게 따뜻하고, 한결 더 포근하게 잘 수 있다”고 웃으며 말한다. 또 “날이 추워질수록 ‘얼죽아’(얼어 죽을 만큼 추워도 아이스 음료를 마시는 것)를 하는 사람이 늘어날 텐데 이는 따뜻한 난방 시설이 돌아가는 실내에서 차가운 음료를 즐기는,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으로 누리려는 현대인의 습관 중 하나인 것 같다”며 우리의 ‘얼죽아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내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고? 주인공 구희의 목소리를 빌리자면 ‘바꿀 수 있다’. 단, 모든 실천을 한꺼번에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기. “거기에서 더 나아가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데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내 실천으로 세상이 바뀌려면, 실천이 정책을 바꾸는 목소리로 이어져야 하니까.  

신정아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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