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2023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이 성평등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경기 회복력이 강해진다”라며 “한국의 성별 임금·고용률 격차를 좁히지 않으면 경기 회복이 제약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계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유례없이 높은 성별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그에 따른 낮은 근속연수, 유리천장, 성별 직종분리, 고용형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편 우리 사회는 가족 구성 및 가구 형태 변화로 여성 1인 가구와 여성가구주가 증가하고 있다. 청년 노동시장도 혼인 기피, 만혼, 저출산이라는 변화를 보인 지 오래다. 디지털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로 노동세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한 주요 제도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현황에 대한 공개와 성별 임금 격차 개선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공시제도를 도입해 기업 내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성별근로공시제를 공공기관부터 기업 자율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성별근로공시제는 각 기업이 직원 채용·근로·퇴사 단계까지 중요 항목에 대해 성별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으로 채용 단계의 경우 서류 합격자부터 최종 합격자까지의 성비를, 근로 단계에서는 부서별 승진자 및 육아휴직 사용자 성비를 공개하는 제도다. 성별근로공시제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뿐 아니라 상장기업으로까지 확대해 기업이 성별 격차를 확인할 뿐 아니라 성별 균형을 위한 계획을 직접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ESG 지표에 포함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게 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유리천장 해소를 위해 기업 내 의사결정 직위의 여성 비율과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인적네트워크 부족, 조직 내 남성중심성 등으로 관리직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6%까지 증가했지만, 여성관리직 비율은 OECD 평균(33.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4%다. 기업의 일가정 양립 지원, 성평등한 조직문화 구축, 여성 네트워크 지원 등에 대한 자발적 노력과 함께 제도적으로는 관리직 성별 목표제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의 이사회 성별할당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152개)에 한정해 이사회 성별할당제를 시행하는 것은 기업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단계적으로 전체 상장회사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기업에 따라 이사회의 규모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규모에 따라 이사회 성별 할당 비율도 확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시장의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뿐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인 행위자, 즉 ‘주체’가 돼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ES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SG 고려 요소 중 사회와 지배구조는 기업의 성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별 다양성, 직원 참여, 인권, 근로기준에서의 성평등은 물론 이사회 구성에서의 성별 균형은 지배구조와 기업의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점에 주목해 ESG가 성평등한 조직문화 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