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로봇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이래 계속 발전 중인 로봇산업.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로봇 R&D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로봇 선진국인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 우리 로봇산업 수준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로봇산업은 주로 중소기업 중심, 기술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최근에는 대기업 및 거대 서비스 기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과 사람이 공간을 공유해 협력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며, 서비스 영역에서는 사람이 수행하기 힘든 작업이나 단순작업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협동로봇, 식음료(F&B) 및 배달 영역에서 로봇의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로봇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첫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라 로봇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로봇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달라졌다. 로봇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향후 가장 기대되는 산업 분야로 로봇을 꼽는 비율이 높아졌다. 다만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로봇을 사람과 협력하고 공존하는 객체로 인식해야 한다. 셋째, 자본력과 시장형성 능력을 갖춘 대기업이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다양한 국내 대기업들이 로봇 기업에 투자하고, 협력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기존과는 다른 형태로 로봇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급격한 AI 기술의 발전과 이를 탑재한 로봇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하던 다양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즉, 하드웨어로 부족한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커지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앞서가는 미국과 제조로봇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춘 일본, 독일과 비교하면 통상 이들의 80~85% 수준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의 기술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 80% 수준에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중국의 AI 기술은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로봇 제품이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나, 로봇용 핵심 부품, 로봇용 소프트웨어 기술은 많이 뒤처져 있다. 이러한 핵심 기술의 향상 없이는 로봇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무엇보다도 모터, 감속기로 대변되는 로봇용 핵심 부품과 로봇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로봇용 부품 및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로봇 활용성 확대를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 로봇산업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활발하게 적용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RaaS(Robot as a Service)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는 정부 차원의 법·제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다행히 지난 11월부터 개정 시행되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으로 로봇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사업을 통해 다양한 로봇 기술 및 실증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로봇은 로봇산업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로봇 기술을 타 산업 분야로 확산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자동차 및 전기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던 로봇 기술을 1차 산업 및 다양한 서비스산업 분야로 확산해 로봇 활용이 일상화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