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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의 공존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백승민 LG전자 로봇선행연구소장 2024년 01월호

최근 5년간 상업공간과 공원, 도심 등 실외에도 다양한 로봇들이 진출하며 사람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문 서비스로봇 시장은 2022년에 전년 대비 48% 성장했으며, 특히 운송·물류·청소·접객·환대 로봇 분야가 40~50% 수준의 고성장을 지속하며 전문 서비스로봇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필자 연구팀이 인천공항 안내로봇을 개발하던 2016년도 이전만 해도 로봇은 공장에서도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안전펜스를 친 곳에서만 동작했다면, 현재는 사람과 공존하는 다양한 공간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로봇과 사람의 공존이 가속화된 데는 딥러닝 기술의 출현에 힘입어 급격히 발전한 AI 기술의 역할이 컸다. 2D·3D로봇 비전 기술은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는 주행로봇의 역량을 높였고, 조작해야 하는 물건을 인식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는 로봇팔의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 AI 영상언어모델의 발전으로 일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며 작업을 위한 인식·동작 순서를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통신, SW 플랫폼, 클라우드 운영 기술이 더해져 수십, 수백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거나 다양한 로봇들이 사람과 협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렇게 융합하며 발전하는 로봇 기술은 다양한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디지털 전환(DX)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물류센터와 같은 현장에서는 이동을 로봇들이 대신하고 사람이 주문물품을 담아주는 협업을 통해 효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실증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제조현장에서도 위험성이 낮은 협동로봇이 용접이나 물품을 픽킹·조립하고, 자율주행로봇이 물품을 이송하며 유연한 생산 공정을 만들어 스마트팩토리로 발전할 수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필연적으로 오는 미래인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로봇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시점부터 제조 원가와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안전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로봇(ISO 13482), 협동로봇(ISO 10218)에 대한 국제안전인증규격이 있으나 새로운 로봇들에 적용하기에는 완전한 인증방법론이 다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로봇 기업은 미리 위험인자를 도출하고 대응하면 고객들의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기술을 DX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수요기업은 로봇 기업과 협업해 반복적이거나 사람이 하기 적합하지 않은 작업을 로봇이 지원하며 본질적인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실증을 수행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합리적으로 규제를 수정하고 산학연이 협업해 새로운 실험을 하도록 지원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동안 실외주행로봇을 통한 배송이나 시설관리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려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도로교통법」, 「개인정보 보호법」에 대한 규제특례 심의를 받고 관계 부처와 협의를 마쳐야만 가능한 어려움이 있었다.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을 통해 지난 11월부터 로봇은 보행자의 지위를 부여받아 인도를 주행할 수 있게 됐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로봇에서 취득되는 원본 영상 데이터를 조건부로 활용해 기업들이 인지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정부 부처에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들도 로봇을 일자리 대체 이슈 등 우려나 거부감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로봇과 같이 협업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다는 발전적 기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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