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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클럽’에 진입한 경제 강대국, 국민 정신건강에서는?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2024년 02월호
 

 경제성장과 정치사회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을 만족해야 가입할 수 있는 ‘30-50클럽’에 일본,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진입한 나라다. 신체건강 지표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나라 국민 기대수명은 2021년 83.6세(OECD 평균 80.3세), 출생아 1천 명당 영아사망률은 2021년 2.4명(OECD 평균 4.0명)이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우울증 환자 100만 명’이라는 타이틀도 상존한다.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사건·사고가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 한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해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한 배우의 예상치 못한 자살 소식이 전해져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자살 소식과 관련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구체적인 자살 방법까지 노출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 유명인의 자살은 국민에게 심리적·정신적으로 큰 충격과 영향을 주게 되며, 심각하게는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라 발생하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자살의 경우 1020세대의 사망원인 1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5년 동안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한 해 평균 1만3천여 명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많은 수치다. 또 2018년 75만3천여 명이었던 우울증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2022년엔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흔한 질환이 됐다. 다만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병의원을 찾지 않는 사람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는 그 몇 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왔습니다”라고 고통을 호소하는 공황장애 질환자도 마찬가지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7년 13만8,736명이던 공황장애 환자 수는 2021년 약 20만 명으로 5년 사이 45% 증가했다. 숨겨진 환자는 훨씬 더 많다. 공황장애는 국가를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전체 인구의 4~5% 정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약 200만~250만 명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얘기다.

 또한 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 장애 환자 중 13%만이 지역사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 증진사업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즉 치료받은 환자 8명 중 1명만 공공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약 복용이나 외래진료 등 꾸준한 관리를 받지 않으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는 그간 일상적인 정신건강 돌봄을 증진하고 조기에 발견해 개입하는 방식보다는 치료 및 요양에 편중해 왔다. 정신응급 대응과 치료 환경도 신체질환 치료 여건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WHO는 보건의료 총지출의 5%를 정신건강에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제대로 된 문제 인식, 정책 강화 및 관련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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