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성과 시상식이 열렸다. 나와 동료 모두 열심히 일했지만, 나는 상을 받지 못했고 동료는 받았다. 나는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일까? ①화가 난다. 억울하다. ②정말 기분 나쁘다. 동료는 지금 기쁘겠지? ③동료가 상을 받았으니 참 좋겠다. 축하해 줘야지. ④내 노력을 인정받지 못해서 슬프고 우울하지만, 동료가 기뻐하는 것을 보니 즐겁기도 하네.
우리는 얼마나 감정을 잘 알고 있을까? 내 마음이니까 잘 알고 지낼 것 같은데, 그게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감정에 휩쓸려 괴로워한다. 그래서 치료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방법은 먼저 우리가 느끼는 그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 감정은 기쁨, 슬픔, 분노, 경악, 두려움, 혐오, 경멸이다. (불안은 분노와 두려움 사이의 감정 상태다.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데 그 일이 일어나면 ‘경악’을 느끼고, 이길 수 있으면 분노를 더 느끼고, 이길 수 없으면 두려움을 더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인식하는 데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신체적 반응이다. 진료실에서 자신의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감정 상태와 관련된 신체적 변화를 설명해 달라고 한다. 호흡이 가빠오는지, 가슴이 뛰는지, 입이 마르는지, 눈물이 고이는지, 주먹을 쥐거나 눈을 부릅뜨게 되는지, 속이 울렁거리는지,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지 등. 그 신체적 변화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연결하면 적절한 감정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그다음은 행동반응이다. 좋으면 더 다가갈 것이고, 싫거나 아프면 멀어진다. 이어서 단일감정을 느끼는 상태에 도달한다. 기쁘다, 슬프다 등 내 감정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혼합된 여러 감정을 느끼는 단계로 넘어간다. 기쁘면서도 슬프고, 혐오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요소를 잘 인식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마지막에는 상대방의 혼합된 감정을 인식하게 된다. 나의 복잡·다양한 감정뿐 아니라, 내 감정의 이해를 통해 상대방의 복잡·다양한 감정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단계다. 서두에 제시한 반응이 그 단계를 설명해 준다.
내 감정에 정확한 이름표를 붙이고 나서는 이처럼 감정을 기승전결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그 감정을 또 겪을 때 몰려오는 부정적인 것은 잘 피하거나 다스리게 되고, 긍정적인 것은 더 배가할 수 있다. 감정을 잘 인식하며 살면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 능력도 향상된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이 어디서 기인하는지 안다면 자기를 방어하고,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으니까. 또한 상대방의 감정도 더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등 타인과 진솔한 감정교류도 잘하게 돼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됨으로써 나의 심적 안정감과 자신감도 올라간다.
끝으로, 일상에서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어본다. 일단 휴식이나 산책, 참선, 기도를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마음챙김’을 해보자. 외면하고 싶은 감정을 잘 살펴보는 경험을 쌓아야 자신을 진정으로 알 수 있다. 또 하나는 일기 쓰기다. 하루에 있었던 사건들이 아니라 마음의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보자. 이렇게 올 한 해는 일상 속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타인의 감정도 파악하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