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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뭐가 부족해서 우울해?”라는 말 대신 자기주도성·회복탄력성 키우는 사회로
최연우 멘탈헬스코리아 대표 2024년 02월호

 대한민국 1020세대의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위급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는 개성과 다양성을 억압하는 교육 체제, 냉혹한 경쟁구조,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는 비교문화 등이 사회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리하는 사회적 문화의 부재와 삶의 위기 상황과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고 있는 현실 역시 청소년들이 자해와 같은 위험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소년 시기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10대 정신건강의 조기 예방과 개입이 중요한 이유는 이를 방치했을 경우 20대에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치된 10대의 정신건강 문제는 20대가 돼 대학입시 실패나 경제적 압박 등에 직면하면서 더욱 악화된다. 표준화된 기준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표준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기혐오에 이르고, 사회의 높은 기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은 청소년에게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용기조차 빼앗는다. 이는 청소년과 청년이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우리 모두 나서야 할 때다.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4가지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다양한 시각을 개발할 수 있도록 내·외적 발달 자산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을 촉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워 정신건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병원 중심의 접근 방식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커뮤니티 참여를 권장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다양한 롤모델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신건강의 사회적 처방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정부와 비영리단체가 함께 이러한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정신건강을 사회적 가치로 내면화하고, 이를 강화하는 문화적 요소들을 발전시켜야 한다. 조직행동학자들은 사회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직의 리더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때 정신건강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리더십의 선포, 언어 사용, 정책 및 서비스 개발에서의 시민 참여,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조기 교육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넷째,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정신건강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필요로 하는 정신건강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병원이 아닌 일상적 환경에서도 질 높은 정보를 직접 공유하고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를 통해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을 빠르게 발견하고 그들에게 맞는 서비스와 지지 커뮤니티로 연결해 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네가 뭐가 부족해서 우울해?”라는 질문을 종종 던지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다. 부족한 것이 많다.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단지 정신질환에 대한 조기 개입과 치료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이 정신건강 정책과 서비스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자신감을 회복하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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