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2015년 150만 명에서 2022년 270만여 명으로 늘었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에 비해 양질의 정신건강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하다. WHO 기준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25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필요하나, 우리나라는 6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 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IT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정신건강 진단과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다. 포티파이(40FY) 역시 이 혁신적 시도에 뛰어들어 이용자가 스스로 정신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성격과 증상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을 돌보는 맞춤형 멘탈케어 앱 ‘마인들링’을 개발했다.
마인들링은 전문가의 개입 없이도 앱을 통해 수집되는 다양한 심리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 조절, 명상·심상 훈련, 인지 교정, 행동치료 등 1천여 개의 디지털 정신건강 케어 모듈 중 이용자에게 적합한 부분을 조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주 단위로 제공한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300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마인들링 앱을 10주간 이용한 사람들의 우울감이 무려 36%, 스트레스는 3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프로그램 비용을 기존 대면 심리상담보다 저렴하게 책정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비용 측면에서의 부담도 덜고자 했다.
한편 정신건강 케어는 우울, 불안 등 증상을 줄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울증 환자의 90% 이상은 재발을 경험한다. 재발을 줄이고 문제를 예방하려면 ‘원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울증 경험 비율이 가장 높은 2030세대는 스트레스의 주요인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특히 커리어)을 꼽는다. 이와 같은 심리적 소용돌이를 극복하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휩쓸리기보단 ‘나의 중심’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의 길’을 실현해 나갈 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포티파이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적 성향과 강점에 맞는 커리어를 발견·개발할 수 있는 온라인 직무검사 및 코칭 서비스 ‘웨이마크(Waymark)’를 시작하게 됐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유료이용자가 1만 명을 넘는 등 많은 직장인의 심리 및 커리어 이정표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보려는 노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속한 조직과 사회의 노력이다. 특히 ‘건강한 일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단순히 일의 양이 적거나 복지가 좋은 것이 ‘건강한’ 업무환경은 아니다. 직장인 1천 명 대상으로 시행한 번아웃 요인 분석에 따르면 주요인은 상사의 리더십 결여와 나에게 맞지 않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즉 건강하게 일하려면 업무를 관리·지원하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점에 집중해 ‘업피플’이라는 일대일 멘탈코칭 서비스를 제공해 중간관리자들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은 치료를 넘어 국가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산이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절대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의 심리 자원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앞으로 누구나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며 잠재력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기술적 혁신, 산업적 투자, 제도 지원이 함께 이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