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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조기 발견·개입 체계 구축해 10년 내 자살률 절반 수준으로 감축
전명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 2024년 02월호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의 경제적·사회적 진보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신건강은 국제 지표를 살펴봤을 땐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OECD 회원국 중 삶의 만족도는 2021년 조사된 38개국 중 34위에 머물렀고, 자살률은 오랜 기간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울·불안장애, 치매 등 정신질환 수진자는 2021년 411만 명을 넘어섰고, 2022년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19만여 명으로 2018년 9만여 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민 정신건강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정신질환이 심각해지기 전에 미리 예방하거나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벨기에, 일본을 제외하고는 정신병상이 가장 많은 나라이나, 지역사회의 돌봄체계가 부족하고 퇴원 후에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곳도 부족하다. 어렵게 치료를 모두 마친 뒤에도 복지서비스나 일자리 등 지원이 부족해 정신질환자가 사회로 복귀해 살아가기 힘든 상황이다.

 2021년 조사에서 “정신질환은 치료할 수 없고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59.6%에 달하는 등 사회적 편견이 만연해 있기도 하다. 정신질환자 자립을 위한 지역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 부정적 사회 인식 속에서 지역주민의 거부와 반대로 설치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회복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에게 2년마다 정신건강 검사 실시…
정신응급 가용병상 실시간 공유 가능한 플랫폼 개발


이에 정부는 정신건강 분야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지난 12월 정신건강 정책 비전 선포대회를 개최해 ‘정신건강 정책 혁신방안(이하 혁신방안)’을 마련·발표했다. 이 혁신방안은 ‘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예방부터 회복까지’를 비전으로 설정, 2027년까지 국민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서비스를 지원하고 10년 내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적 마음돌봄체계를 구축한다. 중증 정신질환까지는 아니라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상담을 제공해 정신질환을 사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한다. 올해 8만 명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50만 명으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www.mentalhealth.go.kr)을 통해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활성화하고, 올 7월부터 학생·직장인 등 1,600만 명에게 자살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또한 그간 자살예방 상담(☎1393), 정신건강 상담(☎1577-0199), 청소년 상담(☎1388) 등 여러 개로 나뉘어 있던 자살예방 상담 전화번호를 109번으로 통합·운영해 접근성을 높인다. 아울러 통화보다 텍스트로 된 대화를 선호하는 청소년 및 청년을 위해 문자나 메신저 등 SNS 상담도 본격 시작한다.

 대상별로는 우선 청년의 일상적 마음돌봄체계를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정신질환 발병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난 20~34세 청년에게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하고 검진범위도 우울증에서 조현병·조울증 등으로 확대한다. 대학 내 상담센터를 통한 학생 심리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의 심리 지원 노력 및 성과를 ‘(전문)대학기관 평가인증’에 반영한다. 일터에서의 마음건강 관리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우수사례를 발굴·확산하고 중대산업재해 경험자 및 감정 노동자를 위한 직업트라우마센터도 기존 14개소에서 9개소를 추가·확대한다.

 둘째, 중증 정신질환은 신속하게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정신응급상황 발생 시 경찰과 정신건강전문요원이 함께 현장으로 출동해 정신과적 위험을 평가하고 응급 입원 동의와 이송을 진행하는 ‘정신응급합동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17개 시도에 확대 설치해 전국 어디서든 현장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기개입팀 인원을 충원해 경찰과 합동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강화한다. 외상이 있는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도 2025년 전국으로 확대 설치한다. 정신응급 가용병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구축하는 등 원활한 입원을 위한 정신응급 공공병상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편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위험군 환자의 경우 퇴원하더라도 치료가 중단되지 않도록 진찰료, 약제비, 검사료 등의 외래치료비를 지원하는 ‘외래치료지원제’를 본격 모니터링해 활성화한다. 또 본인 동의가 없어도 정신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 퇴원 시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정보연계를 추진함으로써 위험군 환자의 치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례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셋째,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복지체계를 마련한다. 현재 절반 이상의 시군구에 정신질환자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정신재활시설이 부재한 점을 고려해 시군구당 정신재활시설의 최소 설치 기준을 마련하고, 시설 설치가 어려운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반의 회복 지원사업을 제공하도록 권고한다.

 정신요양시설은 단기적으로 노인요양시설 수준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정신재활시설로 개편한다. WHO의 권고기준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일상회복과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선 지역사회 기반의 주거·고용·복지 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 역시 이러한 국제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 정신건강 복지서비스를 개발·보급해 이들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신질환은 치료할 수 없고 위험하다”라는
편견 해소하려면 정부·언론·시민 모두의 노력 필요


넷째,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 “정신질환은 치료할 수 없고 위험하다”는 편견을 해소하고, 언론이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하지 않도록 언론과 협력해 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정신건강 정책의 큰 틀을 다시 짜고 보다 구체적인 장기계획을 마련해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 천명했다. 정부는 정신건강 관련 투자를 계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고 국민의 관심과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은 1달러 투자할 때 4달러의 수익이 전망되는 유망한 분야다. 국민의 행복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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