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가 지난해 1월 출시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3만 명에 달하고 누적 자산도 3조 원을 돌파한 ‘과속’ 스타트업이 있다. 인증 기반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소액주주를 모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액주주를 위한 활동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하다.
8년간 자산운용사에 다니다 재작년 7월 퇴사해 주식 커뮤니티 운영 사업을 고민하며 구체화하고 있을 때 반도체 회사 DB하이텍이 물적분할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해당 주가는 하루 만에 15.7% 폭락했고, 주가 하락이 지속됐다. 그 와중에 내가 카톡방을 만들었고, 이삼백 명의 분노한 주주가 모였다. 주주 입장에서는 DB하이텍이 정말 좋은 회사인데 물적분할 소식 이후 주가가 계속 빠지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거다. 모인 사람들 사이에 여러 이야기가 활발히 오갔고, 방을 만든 내가 어느 순간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하고 있었다(웃음).
소액주주연대 대표 경험이 플랫폼 ‘액트’로 이어진 것인가.
맞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활동하는 데 불편한 게 너무 많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거나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소집하려면 각각 1%, 3%의 지분이 필요하다. 이때 의견을 내고 싶은데 지분이 부족한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서면으로 작성한 의결권 위임장을 등기 우편으로 주주연대에 보내고, 우편을 받은 봉사자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해 처리해야 한다. 의결권을 보다 편리하게 행사할 방안을 고민하다 주주인증 기반 플랫폼 ‘액트’를 만들게 됐다. 액트는 앱을 깔아 증권사 계좌 마이데이터 인증만 하면 본인의 보유 주식과 연동되고, 해당 종목의 의결권을 전자서명을 통해 위임할 수 있다. 기존에 며칠이 걸리던 일을 1분이면 되도록 했다.
유사 플랫폼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그 비결은 뭘까?
시장에 제일 늦게 진입했는데, 회원 수는 나머지 회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혹자는 앱을 잘 만들거나 마케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내 방향성은 달랐다. 소액주주들을 직접 만나 주주운동 자체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주주들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 초기 1년은 앱을 만들지 않고 고객의 문제에만 집중했으며 현재도 마케터가 없다.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소액주주들을 만나보면 인프라 부재에 따른 불편함, 전문성 결여, 주주운동 성공 경험 부족으로 주주운동을 어려워한다. 이는 액트의 서비스로 충족할 수 있다. 인프라는 마이데이터와 같은 인증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주들은 네이버 종목토론방 등에서 의견을 나누는데 댓글만으로는 주주 여부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액트에서는 인증을 거치므로 각자의 지분율이 명확히 보여 ‘진짜’ 주주들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주주운동 관련 전문지식을 컨설팅받을 수 있다. 주주권리를 행사할 방법이 많은데 보통 그 절차는 잘 모른다. 외국계 IB, 변호사, 기업지배구조 전공 박사 등으로 구성된 액트 팀으로부터 전문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주운동 성공 경험을 쌓아준다. 소액주주들의 전자서명을 통해 위임받는 수탁법인(컨두잇)으로 주주총회에 참석해 표결에 승리한 경험이 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대변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주총 현장에서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 주주제안 안건은 배당 결정, 자사주 소각, 사내이사 선임, 대표이사 교체 등인데 표결하면 대주주가 이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분율만 보면 대주주보다 소액주주들이 더 많은데도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 패배하곤 한다. 소액주주가 잘 결집해 표 대결에서 사실상 승리하더라도 사측이 주식 대량보유 상황보고 제도(5% 룰) 위반, 위임장 조작, 중복표 불인정 등을 이유 삼아 의결권을 박탈해 결국 주총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측이 고의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을 끌수록 소액주주의 결집이 약해져 결국 와해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상황 같다. 이를 보완할 방안은 없을까?
우선 의장을 대주주가 장악하고 있는 이상 쉽지 않다. 분쟁 건의 경우 의장을 제3자로 임명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표결에서 이길 것 같으면 검사인 선임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법원이 제3자(변호사)를 주총장에 파견해 검사인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므로 사측에서 최소한 반칙은 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법」 제382조의3에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여기에 해외처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일하라는 내용이 추가돼야 한다. 관련 내용이 2022년 3월 국회에 상정됐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 이사회는 대주주에게 예속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사회는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경영진을 비판해야 하는데, 오히려 주총장에 가면 주주들과 싸우고 있다. 해당 문구가 추가되면 이사회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경우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정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의 상황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한가?
해외에서는 헤지펀드 등 기관이 나서서 주주권리 보호 문제를 적극 해결한다. 이사회의 역할도 대조적이다. 이사회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주주 측에 앉아서 경영진을 혼낸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이사회에 의해 해고당하는 사례만 봐도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게 정말 건강하고 성숙한 자본주의 마인드다. 창업자라 하더라도 회사를 더 잘 운영하기 위한 이사회의 판단을 존중해 주는 거다. 그리고 미국 기업은 주주환원율이 상당히 높다. 예를 들면 애플의 경우 100억 원을 벌었다면 120억 원을 주주에게 돌려준다. 오히려 주주들이 왜 이렇게 많이 돌려 주나 걱정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100억 원 중 28억 원만 돌려준다.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고 있나?
주식은 수익 실현도 중요하지만 결국 본질은 의결권이다. 이러한 의결권 행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주주운동 활동을 부지런히 이어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와 함께 「상법」 개정 촉구 캠페인을 벌이고 기타 소액주주연대와 협력해 주주제안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일 등이다.
협력하는 주주연대나 펀드가 있는지.
이화그룹 주주연대와 거래정지 직후부터 현재까지 1년간 함께해 오고 있다. 거래정지를 당한 주주들은 고통을 넘어 원금손실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이분들은 피해 규모가 상당하므로 제도 개선을 추진할 때에도 최우선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우리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문제가 있는 회사를 일일이 찾아 지분율 1%를 확보해 싸움을 한다. 만일 소액주주 연대의 지분이 10% 이상 모여 있다면 힘을 합쳐 주주행동에 나서기 훨씬 수월할 것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 추천 등 소액주주에 대해 흔히 제기되는 우려들이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는 순간 해소되기도 하므로 서로의 힘이 필요하다.
향후 액트의 목표는 무엇인가?
과거에 비해 주주의 의식이 많이 높아졌고, 코로나19 이후 주주권익 보호의 흐름은 변곡점에 가까워졌다. 궁극적인 목표는 추상적으로는 모든 개인주주들이 부자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모든 상장사에 개인지분 30% 이상이 모일 수 있도록 도와 소액주주들이 상시 회사를 응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