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일상에서 멀어졌던 여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13억 명이 해외여행에 나섰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89%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이 방문하는 유럽은 팬데믹 이전의 94%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도 회복세다. 올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약 340만 명이 한국을 찾아 코로나19 이후 분기 단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관광객 회복세에 비해 관광 수입 회복은 더딘 것으로 나타나 지난달 17일 정부는 ‘관광수입 증대를 위한 외국인 방한관광 활성화 방안’을 발표, 2027년 방한관광객 3천만 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 실현을 목표로 세우고,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한 특색 있는 관광 프로그램 개발, 관광 인프라 확충 등의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그동안 만성적인 재정 적자로 ‘유로존의 문제아’ 취급을 받던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이 관광업 회복을 계기로 독일 등 유럽 제조업 중심지의 부진을 상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올 1분기에 전기 대비 0.7% 성장하며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이탈리아는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와 독일의 성장률은 각각 0.2%였다. 프랑스 글로벌 신용보험사 코파스(Coface)의 보고서에서도 2021~2023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4개국이 EU 연간 경제성장의 25~50%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WSJ는 전했다. 남유럽은 해외 관광객 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이들 국가의 성장세는 관광업 회복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에서 관광산업은 각국 GDP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관광지에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 교통 혼잡, 사유지 침범, 주거난, 환경오염 등이 발생하며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지난 4월 주민들이 모여 관광객을 막아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국가는 관광세를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대책도 내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지난 2월부터 외국인 관광객에게 15만 루피아(약 1만3천 원)의 관광세를 받고 있다. 발리 당국은 징수한 관광세를 발리 문화유산 보존과 자연환경 보호에 사용할 방침이다. 2024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에서 1천만 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 파리는 호텔 숙박객들에게 부과하던 관광세를 올해부터 3배가량 인상해 호텔 등급에 따라 2.6~14.95유로(약 4천~2만2천 원)를 징수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비싼 요금을 받는 이중가격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의 경우 외국인 입장료를 자국인의 6배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전 세계는 여행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주민과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는 과제도 안게 됐다. UNWTO는 ‘지속 가능한 관광’을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관광객, 산업, 환경, 지역민 모두를 만족시키는 관광으로 정의하고 있다. 관광을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또 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역과 환경까지 아우르는 슬기로운 해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