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계단식 마을 풍광, 막힘없이 넓게 펼쳐진 감천항의 전경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품까지 볼거리가 가득한 부산시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다. 마을이 관광지가 되며 상권이 살아나는 등 활기를 되찾았지만, 한편에서는 마을 주민 수보다 200~300배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며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가 마을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송승홍 주민협의회장을 만나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천문화마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950년도에 전국에서 이주해 온 피난민 약 3천 세대로 시작한 마을이다. 이후 1990년대부터 산업화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찾아 큰 도시로 떠나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나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마을을 다시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됐고, 2010년 2월 주민협의회를 발족하며 주민대표들과 학계, 사진작가 등 여러 전문가가 모여 논의를 거듭한 끝에 계단식 마을, 사방으로 연결된 골목 등 마을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관광객을 유치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기존의 것을 허물거나 없애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를 살려 보수하고, 지자체의 지원으로 지금은 마을의 상징이 된 벽화 등을 조성하며 꾸준히 마을을 정비해 현재의 감천문화마을로 거듭났다.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 같다.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만들려고 보니 자금이 없었다. 새마을협의회에서 모아놓은 기금을 지원받고, 여러 단체가 몇백만 원씩 내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때가 마침 국가 차원에서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을 때라 정부의 지원도 받았다. 여기에 우리 마을이 민관 공동으로 지역 발전을 이룬 모범도시로 인정받아 2012년에 ‘아시아도시경관상’을 수상하며 점차 홍보도 되기 시작했다. 마을을 조성해 놓고 투자도 계속하는데 첫 2~3년은 방문객이 오지 않아 실망감도 있었고 ‘이런 것을 뭣하러 하느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한 번 찾았던 방문객들로부터 입소문이 나고 언론에도 소개되며 지금은 연간 3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됐다.
마을조성 단계부터 주민협의회의 역할이 컸던 것 같은데, 협의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관광객이 편안하게 즐기고 다음에도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나가는 것, 주민 스스로 지속 가능한 소득을 창출하고 자립 기반을 조성하는 것, 공동체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협의회의 목표다. 이를 위해 안내지도 및 기념품 판매점, 카페, 베이커리 등 11개 사업장을 직접 운영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환원하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사실 초반엔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 소음·쓰레기 문제 등으로 불편을 겪어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협의회에서 찾아가 마을 실정을 설명하고 또 수익을 주민들과 나누니 이를 조금은 더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지금은 어르신들이 대화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먹거리도 나눠주고,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어떤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환원이 이뤄지고 있나.
협의회가 운영하는 매장 수익의 40% 정도를 주민들에게 돌려준다. 지난해 명절에는 각 가구에 온누리상품권을 나눠줬다. 그리고 이전에는 정부 공모 사업으로 마을 시설을 많이 개선했는데, 최근에는 그 규모가 줄어 수익 중 20%는 마을 시설 보강에 쓰고 있다. 또 협의회 직원 채용 시 마을 주민의 자녀나 가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만약 주민 가족으로 직원을 채우지 못하면 사하구 주민을 채용한다. 지금 협의회에 소속된 직원은 약 15명 정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민 대상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했는데 향후에는 주민들에게 일정 금액 교통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1.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있는 ‘골목을 누비는 물고기’ 벽화. 2. 감천문화마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어린왕자 포토존. 3. 마을 계단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4. 마을의 한 카페 테라스에 들어서니 마을과 그 너머의 감천항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은 이제 해소된 건가?
지금은 큰 불편함이 없는 편이다. 개인공간 안내판을 곳곳에 부착해 관광하는 공간과 개인공간을 최대한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관광 시 에티켓 안내를 수시로 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는 구청에 환경정비를 요청해 해결했다. 여기에 마을 주민 스스로도 각 가정 앞의 쓰레기를 전보다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마을의 전반적인 환경을 깨끗하게 정비하니 관광객들도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 최근 개별 관광객 비중이 늘면서 개선된 측면도 있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크루즈선이 오면 하루에 관광버스가 30대씩 들어올 정도로 대규모 관광객이 몰려들어 감당하기 어려웠다. 관광객들의 에티켓이 전보다 좋아지기도 했다.
부산시에서도 마을과 관광객의 상생방안을 찾으려 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나.
마을의 주차난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주차시설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는 관광객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마을에 젊은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단체 방문객을 맞이할 대형식당 등 편의시설이 미흡한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마을이 지속 가능한 여행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오랜 역사가 있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한 만큼 현재로서는 특별히 무엇을 개선하기보다는 마을의 명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언제든 새로운 관광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태도와 열린 사고로 감천문화마을이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