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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 데이터는 결국 모두를 위한 서비스가 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 2024년 08월호
AI가 대세다. 경제, 산업, 정책, 일상생활, 심지어 전쟁도 온통 AI에 빠져들고 있다.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이 검색과 업무를 꿰차더니 빠르게 일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영상분석, 교육, 의료, 관제, 자율주행, 무인드론 등 AI는 성공사례를 쌓아나가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에 이어 디지털 패권의 성패가 AI 혁명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미국, 한국, 유럽 등 국가 간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더불어 1호 공약이었던 디지털플랫폼정부(DPG) 정책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AI, 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민관이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혁신하는 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 정부를 만드는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이 완성된 새로운 세상에서 정부의 기능을 본질적으로 재구성하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정부 운영모델을 제시한다.

정부의 기능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제공과 효율적인 정부 운영으로 대별된다. 여기에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밖으로는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안으로는 데이터를 공유하고 디지털자원 관리를 혁신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의 AI는 대민서비스를 위한 챗봇, 보도자료나 표준문서 또는 기획문서의 초안 작성, 재난 대비 관제업무 등에서 실효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0만 명 넘는 인력과 조직, 600조 원이 넘는 재원을 운영하는 유기체인 정부를 혁신하는 일은 쉽지 않다. 또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돼 있고 AI 기계학습에 걸맞은 기초데이터의 품질이 잘 확보된 경우 그리고 업무 산출물의 목표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라야 시도라도 해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상상하는 것보다 AI의 현실은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어떤 경우에는 기계학습 기능이 불필요한 자동화프로그램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LLM이나 범용 AI 개발과 업무 적용에는 컴퓨팅 자원과 전기에너지 등 감당하기 쉽지 않은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투자 대비 효용이 지속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면 AI 무용론을 이기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다. AI는 문제해결을 위한 학습 알고리즘과 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핵심 요소로 한다. 그런데 문제해결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는 생각보다 큰 장애물이 있다. 개인 맞춤형 AI서비스를 만들려면 개인정보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호법」의 엄격한 보호를 받고 있어, 학습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수준이다. 가명처리를 허용하는 규정이나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제한적이고 복잡해 현실적으로는 활용이 어렵다. 

게다가 ‘이루다 사건’과 같이 학습된 데이터의 결과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루다는 2020년 12월 출시된 페이스북 메신저 기반의 AI 챗봇으로, ‘진짜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 큰 주목을 받았으나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이 불거져 서비스를 중단했다. 최근에는 학습데이터를 둘러싼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분쟁도 거세지고 있다. AI 경쟁국인 미국의 유연한 데이터 규제와 중국의 극단적인 데이터 활용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현실에서 한국의 개인정보에 관한 사회적 재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통계 작성이나 과학적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할 경우 개인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것에 합의했던 최근의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사례를 거울삼아, ‘AI 학습용 데이터 활용 특례’를 하루빨리 도입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다. 그래야 ‘나’를 위한 맞춤형 AI가 내 주위에서 다양하게 일을 할 수 있다. 너와 나의 데이터가 결국 나를 위한 서비스에 활용되는 것이다. 

AI는 학습 능력, 효율 그리고 양질의 데이터로 그 우수성이 판별된다. 앞으로는 알고리즘 기술보다 데이터 자체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알고리즘은 AI 전문가의 몫이 되겠지만 데이터는 ‘내’가 주인이다. 내 개인정보와 내 업무의 데이터를 잘 파악하고, 그 데이터와 업무에 적정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역량이 미래 한국의 존망을 결정한다. 지금 나부터 준비해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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