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552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총가구 수가 2,273만 가구다. 즉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다.
반려 인구수의 급증뿐 아니라 양상 또한 달라졌다. 과거에는 반려동물에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한 것에 그쳤다면 최근 반려동물 양육은 ‘자식’을 기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펫과 패밀리의 합성어)’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면서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펫팸족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월 200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개린이집(반려견을 위한 어린이집)이 한 예다. 이곳에서는 반려견 픽업서비스와 지능개발, 피트니스 등 다양한 반려동물용 액티비티를 제공한다. 초호화까지는 아니어도 강아지의 사회성 증진을 위해 월 50만~60만 원의 개린이집을 보내는 반려인도 적지 않다. 유명 수의사가 운영하는 반려견 행동 클리닉의 경우 초진 비용만 55만 원에 달한다. 그마저도 3주를 대기해야 할 정도다.
이 외에도 파생되는 다양한 산업이 있다. 반려동물 장례업체는 ‘메모리얼 스톤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반려견의 유골을 조약돌과 유사한 형태의 기념품으로 제작해 주고 있는데 그 비용만 150만 원이다. 반려동물의 피부 미용을 위한 전용 화장품과 속 건강을 지키는 영양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전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까지 생겨났다.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용품 시장은 2022년 20억4,100만 달러(약 2조8천억 원)를 기록했으며 2026년 27억8,700만 달러(약 3조8천억 원)로 4년 새 37% 성장할 전망이다.
반려동물산업 활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병부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장은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펴면서 자녀 한 명에게 모든 투자를 아낌없이 하듯, 국내에서도 저출생 기조가 짙어지면서 반려동물에 욕구를 투영하게 된 것”이라며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에게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면서 펫셔리(펫과 럭셔리의 합성어) 시장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급증한 것에 비해 양육 문화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물 유기를 들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기동물 수는 2017년 처음 10만 마리를 돌파하고 2018년 12만1,07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까지 증가했다. 이후 소폭 줄었지만 2022년까지도 11만 마리대로 집계됐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분쟁 또한 마찬가지다. 산책 시 반려동물의 보호장비 착용 및 위생 문제, 반려동물 소음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층견소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지난해 경북 영천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반려견 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빵칼을 집어던지며 “칼도 준비해 놓고 있으니 조심해라”라고 협박한 주민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결국 책임의 문제다. 한 생명을 끝까지 돌볼 것이라는 무거운 의지와 ‘나’의 반려동물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못하게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 이 모두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의 책임 영역이다. 동시에 변해가는 시대상을 읽고 상생하려는 비반려인의 자세도 필요하다. 그때 사회는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