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은 경제, 사회, 환경 모든 측면에서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한 축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식량 공급원이자 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지역경제를 살리고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보전하며, 우리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하는 등 농촌의 기능은 일일이 나열하기 무색하리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농촌의 고령화·공동화로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으며 그 존립에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통계청이 연초 발표한 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으로 전망되고, 2050년 총인구는 2022년 5,169만2천 명 대비 약 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 농촌 읍·면 인구는 2022년 961만 명에서 2050년 845만 명으로 약 12%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인구의 50.5%가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도권 집중현상은 농촌의 공동화를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 대도시와 농촌 지역 간 불균형 심화는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상황까지 초래하며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멸 위기 대응이 국가적 어젠다로까지 부각됐다.
이에 정부는 인구감소와 수도권의 과밀화, 농촌지역의 과소화가 급격히 진행될 것을 우려해 농촌 활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농촌이 단순한 농산물 생산지로서의 역할을 넘어 관광, 귀농, 귀촌, 농촌 재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에 착안해 농촌소멸에 대응하는 동시에 농업·농촌의 새로운 발전 전기를 마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3월 농촌의 난개발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공간을 재구조화하고 재생해 삶터, 일터, 쉼터로서의 농촌다움을 회복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3월 29일 법률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5월 농촌소멸 대응 프로젝트 추진본부를 구성해 농촌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를 검토하고 연초 부내 개혁추진단을 통해 전략을 마무리했다.
이어 지난 3월엔 그 결과물인 ‘새로운 농촌(New Ruralism 2024) 패러다임에 따른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은 청년층·혁신가·기업가·농업인 등이 모이는 ‘창의적 공간’, 농촌공간 테스트 베드화 등 농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공간’, 주거·산업·서비스 등이 집적화되고 도시와 농촌이 연계된 ‘네트워크 공간’ 등 3대 공간 전환을 통해 농촌을 농업 생산과 인구 유지를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살고, 일하고, 쉬고 싶은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또한 4월 22일에는 국가 차원의 농촌공간 미래상과 장기 발전 방향을 담은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 기본방침’도 확정하고 농촌공간 재구조화, 주거·정주, 생활서비스, 경제·일자리, 경관·환경, 공동체·활력 등 6대 전략과 추진과제를 제시하며 정책적 의지를 밝혔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농촌소멸 대응 정책의 원활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에 1조9,494억 원을 투입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재원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농촌을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이번 정부의 농촌소멸 대응 추진전략이 농촌이 삶터·일터·쉼터로서의 농촌다움을 회복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