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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특산품, 문화, 역사 남아 있는 농촌은 활용할 자원 많은 좋은 선택지
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 2024년 10월호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영국의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이 인구소멸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구감소 속도가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빠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많은 농촌도 인구감소로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나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숨겨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인구는 줄었지만, 여전히 그곳의 기반시설과 고유한 특산품, 문화, 역사, 부동산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에게는 활용할 자원이 많은 환경이었다. 또 경쟁자가 적기 때문에 작은 성공에도 쉽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리플레이스(RE:PLACE)는 정착하기 좋은 지역을 6개월간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한옥, 폐역, 폐교 등의 자원이 방치된 장면을 마주했고, 또 너무 많은 농촌이 아직은 이주민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고심 끝에 아무 연고도 없는 경북 문경시 산양면의 작은 농촌 마을에 있는 한옥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 담당 공무원, 지역 활동가 등 사람을 보고 내린 선택이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 화합할 수 있을까?’ 하는 치열한 고민을 했다. 그래서 메뉴를 개발할 때 ‘우리 지역에서 무엇이 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찹쌀이 있으니 인절미 떡와플, 오미자가 있으니 청으로 만들어 오미자에이드,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메뉴를 문경산 농산품으로 개발했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리플레이스가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나갔다.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관광객 유입, 지역 농산물 소비 등의 지표가 정립됐고, 여기에 경제적 상생 지표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역에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 소통하는 것이 아닌, 우리 비즈니스로 어떻게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소통 방법을 찾은 것이다.

리플레이스가 농촌에 만든 비즈니스는 어땠을까? 처음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다만 농촌의 고즈넉함과 한옥 그리고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메뉴들은 SNS에 언급되기 충분했다. 초기에 매출은 적었지만 10명이 방문하면 6명 정도가 우리 공간을 SNS에 언급해 줬다. 그렇게 고객 경험이 쌓여가다 어느 지점에서 반응이 폭발하게 됐다. 그리고 하루에 1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우리 공간은 2018년 9월 추석을 맞아 매출이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온 친척, 친구, 자녀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공간이 된 것이다. 한번 매출이 오르고 입소문이 나자 지역 언론에서 주목했고, 또 ‘문경 카페’라는 키워드에서는 항상 우선적으로 노출됐다. 그렇게 우리 공간은 점점 로컬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0년 된 폐가가 연간 8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현재 리플레이스는 경북 문경의 한옥스테이&카페 화수헌, 베이커리&여행안내소 산양정행소, 여성전용 셰어하우스 봉오리셰어하우스, 경북 영양의 복합문화공간 연당림 등 7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러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을 찾아가서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아직도 소멸 위기 지역의 공간과 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휴일이 많아지고,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SRT 노선이 확장되며 국토가 가까워지고 있다. 좋은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면 소멸되는 농촌이 객관적으로도 좋은 선택지가 된다. 모든 변화에는 반드시 기회가 따른다는 말처럼 농촌을 새롭게 바라볼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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