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쑥쑥 01에서 저온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스마트 쑥쑥 01에서 저온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농부 김귀농 씨 전화로 전달된 이상기온 알람 내용이다. 비닐하우스 내 기온이 미리 설정해 둔 기준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자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씨는 “기온이 작물에 해를 가할 정도로 오르거나 내릴 것으로 보이면 그 현상이 일어나기 10분 전 전화로 알림이 온다”며 “특히 농장에선 고온보다는 냉해 피해가 막심한데 짭짤이 토마토의 경우 겨울에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수억 원대 피해를 입을 뻔한 상황을 이 서비스 덕에 피했다”고 말했다. 이는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팀스페이스팜’이 개발한 데이터농업서비스 ‘스마트 쑥쑥’이다. 비전 AI가 탑재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 온디바이스(on-device) 센서가 농작물을 촬영·분석해 제대로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병충해 여부 등 생육 환경을 모니터링한다.
붙이면 자율주행농기계로 변신…
더 지능화된 플랫폼으로 고효율 영농 지원
올여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 폭염, 국지성 호우는 과일·채소류 가격을 들썩이게 했다. 물가관리를 위해 안정적인 작물 생산이 최우선이 되면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관심이 미미했던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재배 적지의 변화, 자연재해 등의 기후변화, 코로나19,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농산물 수급 악화, 농산물·식품 수요 다변화, 농촌 인력부족 등으로 식량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자 애그테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애그테크는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로봇 등 첨단기술을 농작물의 생산·유통 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목표는 ‘스마트농업’의 실현이다. 스마트농업이란 시설농업, 노지농업, 생산 후 유통·물류·소비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돼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의사결정 및 자동화를 이루는 농업을 말한다.
스마트농업의 대표 기업으로는 근래 몸값이 껑충 뛴 애그테크 스타트업 ‘긴트’를 꼽을 수 있다. 긴트는 트랙터, 이앙기 등 기존 농기계에 최신 로봇기술을 입혀 생산성·편의성을 높였다. 기존 농기계도 지정한 위치에 자율주행 조립키트(제품명: 플루바 오토)를 붙이면 자율주행농기계로 변신한다. 온전한 완성품을 구매하는 건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아이템이다. 기존 완성품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대략 1천여만 원 선에서 필수 조립부품을 사다 부착하는 간편한 형태로 농민들의 자율주행 기술 활용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이 적절한 가격에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신기술을 잇달아 선보이는 중이다.
수확·파종 시기, 농약 살포 위치·양 등 기존 농업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던 영농활동에 AI 기술을 접목해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무인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각광을 받고 있다. 에이오팜은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팔을 접목해 농산물 품질 검사·선별이 가능한 ‘에이오비전’을 내놨다. 기존에 육안으로 골라냈던 불량품을 AI가 찾아내 개별 농가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현재는 사과, 감귤, 참외, 토마토, 복숭아, 감, 멜론, 딸기, 버섯 등 9종을 선별할 수 있다. 초당 10개, 시스템 1개 라인당 최소 14만4천 개(하루 8시간 기준)의 선별이 가능하다. 또 검사 농산물 1개당 최소 24장의 이미지를 분석해 검사 정확도가 95%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현재 보급 중인 1세대 스마트팜이 편의성 중심인 반면, 차세대인 2, 3세대 스마트팜은 지능화된 농업 플랫폼이다. 데이터와 AI를 토대로 누구나 큰 노동력 없이 고효율의 농업을 영위할 수 있다. 애그유니의 에어돔 형태 식물공장과 조립식 맞춤 관제 토경재배시스템이 한 예다.
이 회사의 식물공장은 기존 온실형태에 철 구조물이 없는 완전 밀폐형의 단일동으로 500~2,000평 규모의 시설재배가 가능하다. 공기압, 공기열, 지열을 활용한 맞춤 시스템 및 태양광의 80%를 투과시키는 특수필름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농촌진흥청 실증시험 결과 방울토마토, 멜론 등의 생산량은 일반 비닐 온실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생육 속도와 당도 등 품질 측면에서도 기존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작물 재배 효과뿐 아니라 양압시스템을 통해 폭염, 태풍, 폭설과 같은 기후변화 및 병충해,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안정적인 생육 환경을 유지·관리·구현할 수 있어 미래농업에 최적화된 전문생산시설이라 볼 수있다. 또 상토기반의 조립식(모듈식) 수직재배 시스템(그로와이드)을 개발해 의료용 대마, 와사비, 천마 등 다양한 고부가 약용작물을 연구·재배 중이다. 온도·습도, 근권부(뿌리 및 토양) 생육 정보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그에 맞는 토양 공기압, 양액 및 광원(LED) 등을 조절하며 재배 처방을 데이터화해 내는 맞춤 재배시스템을 갖췄다.
발전 더딘 韓 스마트농업, 현장 특성 반영한 R&D 필요
글로벌시장조사기업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스마트농업시장은 연평균 9.8% 성장하고 있다. 내년엔 220억 달러(약 29조5천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은 자국 내 보급 및 해외수출 등을 위해 일찍이 스마트농업에 투자해 왔다. 우리나라도 스마트농업에 많은 R&D 예산을 투입했으나 R&D와 현장 기술수요 간 불일치로 현장보급 및 산업화가 더딘 상황이다. 농업인들은 스마트농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자금 부담, 작은 영농 규모 등의 이유로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주량 STEP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스마트농업은 농가 수용성 부족, 농업데이터 통합 미진, 작은 시장 규모 등의 특성을 반영한 R&D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