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사를 오래 운영하며 ‘이후의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한 정영범 빔스튜디오 대표는 AI 딥러닝 기술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직접 표현의 세계로 들어갔다. 그가 본 딥페이크의 가능성, 산업계와 사회가 풀어가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고(故) 송해, 박윤배를 재현한 기술로 화제가 됐다.
사실 AI 솔루션들은 특허를 받거나 하는 독점적인 기술은 아니다. ‘솔루션’이란 말 그대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우리 솔루션은 AI 기술로 방송, 영화를 만드는 데 특화됐다. 기존의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피사체는 특정 장면을 위해 만들어져 재사용이 힘든데, 우리는 데이터를 학습시켜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거라 다른 장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이다. 비용도 CG보다 합리적이다.
지난해 아시아필름어워즈에서 홍금보의 아역시절을 완벽 재현했다. 해외에서 빔스튜디오를 찾게 하는 비결이 있나?
기술은 오픈소스이므로 우리나 미국, 중국 다 똑같다. 다른 건 결과물이다. 우리가 해외시장에서 외국 업체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건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결과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알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계속 인풋데이터를 바꿨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을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과 얼마나 잘 융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뼈아프지만 신기술의 양면성이다. 악용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우리가 양지에서 더 열심히 일하면 자정작용이 될 거라 믿는다. AI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페이크’ 자체도 부정적인 어감이 있는데 이런 악성 딥페이크로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안타깝다. 우리는 배우 등 당사자들이 합의한 일에만 솔루션을 제공하고, 범죄 재연, 노출 신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일은 아예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제도적 공백 문제도 제기되는데.
사업하는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제도가 어때야 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잘못된 것도 잘된 것도 많이 연구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한쪽 면만 보다가 우리 기업들만 경쟁력을 잃어선 안 된다. 지난해 국회 공청회가 있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각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논의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어 걱정하지는 않는다.
추후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예전에는 기술이 하루 새 바뀐다고 했는데 요새는 반나절 단위로 바뀌는 것 같다. 그래서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AI 시대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좇으며 끊임없이 솔루션을 발전시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우리가 하려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으로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다. 톰 크루즈가 아니더라도 작품 속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비행기 운전을 할 수 있다. 이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