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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특수’로 거세진 독서 붐, 출판유통 구조는 숙제로 남아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2024년 12월호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한강의 책은 역대 최단기간인 엿새 만에 100만 부 이상 판매됐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0~11월 중순 베스트셀러 톱 10 중 절반 이상이 한강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4·3사건 등 한강의 작품과 동일한 사건을 소재로 삼은 책이나 한강이 언급한 책까지 관심을 받으며 국내 문학 작품 판매가 급증했다. 예스24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일주일간 한강 책을 제외한 국내도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고 특히 소설, 시, 희곡 등 문학도서 판매량이 약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강이 노벨상 수상 이후 열린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고 밝히자 이를 따라하려는 사람이 늘어 독서열풍이 더 거세졌다. 독서모임플랫폼 트레바리에 따르면 한강의 책을 주제로 여러 독서모임이 생겼는데, 참가비가 적지 않은데도 모집이 속속 마감됐으며 참가자의 65%는 처음 가입한 이용자였다.

사실 젊은 세대에서는 그전부터 ‘글을 읽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활자(text)’와 ‘멋지다(hip)’가 합쳐진 신조어]이 유행하며 책 읽기 붐이 일고 있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독서율은 각각 74.5%, 68.0%로 성인 종합독서율 43%를 크게 웃돈다. 40대(47.9%), 50대(36.9%) 독서율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관람객 넷 중 세 명은 MZ세대였다.

정부도 텍스트 힙이 특정 세대의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전 국민적인 독서 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지난 4월 독서의 가치를 알리고 독서환경 등을 개선해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4차 독서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역문화사회 기반 독서수요 창출 사업 등 비독자의 독자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독서인구 감소로 장기간 침체에 시달린 출판업계는 한강 특수로 한숨 돌렸으나 숨겨진 민낯도 함께 드러냈다. 인쇄소와 한강 책을 보유한 대형서점 등은 호황을 누렸지만 중소형 서점과 출판사는 소외된 것이다. 일례로 수상 후 일주일간 동네서점은 대형서점으로부터 한강 책을 주문할 수 없어 논란이 커졌다. 뒤늦게 한강 책이 지역으로 배포되고 대형서점이 자사에서의 판매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전국적으로 주문 물량이 밀려 발생한 일이라는 대형서점의 해명에도 출판유통 구조의 혁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한편 한강은 작가를 꿈꾸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그들의 꿈이 실현돼 ‘제2의 한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의 정책지원뿐만 아니라 국민이 책을 가까이하고 독서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노르웨이에는 미래 세대를 위해 살아 있는 도서관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있다. 2014년 처음 시작된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는 매년 한 작가의 미공개 원고를 받아 오슬로 공공도서관에 봉인한 뒤 100개의 작품이 모이는 2114년에 종이책으로 출간한다. 2019년 한강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책이 출간될 즈음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문학을 사랑하는 나라가 돼 있길 기대해 본다. 참고로 한강이 전달한 작품의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다.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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