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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자를 독자로 이끌며 독서 저변 확대한다
김성은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인쇄독서진흥과장 2024년 12월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최근에는 기류가 다소 바뀌었지만 독서문화 진흥 정책 담당자로서 암묵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받아왔던 핵심 질문은 ‘정부가 독서 진흥을 한다고 과연 독서율이 올라갈 것인가?’였다. 여기에는 스마트폰·OTT 등 책을 대체·보완하는 강력한 매체의 등장으로 여가의 양상이 바뀐 상황에서 독서인구 및 독서량 감소는 비가역적이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독서 진흥은 ‘백약(百藥)이 무효’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을 것이다. 또한 ‘AI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지식 습득을 위해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독서의 유용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혹은 무관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책, 꼭 읽어야 하나?
독서가 사고력과 창의성을 증진하고 영혼을 치유하며 사회적 연결 강화를 이끈다는 것, 나아가 독서율이 1%p 증가하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0.046%p,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0.2%p 상승(한국문화관광연구원, 「독서의 경제적 가치분석」, 2018.)하는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다양한 연구와 조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즉각적인 정보의 탐색·도출·분석이 가능한 AI로부터 좋은 답을 얻게 해주는 좋은 질문 역시 다독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다양한 유용성에도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비독자)이 10년 전 27.8%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57%에 육박할 정도로 전 사회가 독서를 멀리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광범위한 문해력 저하가 초래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독서율을 반등시켜야 하는 국가적 책무는 시급하고 긴요하다. ‘제4차 독서문화 진흥 기본계획(2024~2028년)’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립됐다.

올해 4번째로 수립된 ‘독서문화 진흥 기본계획’에서는 ‘독서의 저변 확대’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비독자의 독자 전환과 책 친화 기반 조성’을 주요 목표로 삼아 4대 추진 전략을 설정했다. 이를 통해 성인 독서율과 독서량, 독서 유용성 인식 등 독서 관련 지표를 개선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비독자가 독자로 전환되고 독서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업무, 육아, 가사 등으로 바빠 비자발적 비독자가 된 ‘상황 기반 비독자’를 위해 독서 경영 우수직장 인증과 공동보육 기반 독서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독서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비독자가 된 ‘의지 기반 비독자’를 위해서는 실용형 독서모임 등 독서의 유용성을 체감할 수 있는 활동을 지원하고 학업성취도, 국가경쟁력 등 독서가 가져다주는 보상에 대해 실증할 계획이다. 난독과 집중력 부족 등으로 비독자가 된 ‘환경 기반 비독자’를 위해 짧은 글, 첨단 기술(VR, AR 등) 활용 전자책 등 긴 글 읽기를 보완·대체하는 콘텐츠를 뒷받침한다.

두 번째로, 책과 함께하는 전 생애를 위한 독서습관 형성·유지를 지원한다. 독서습관 형성을 위해 부모 대상 독서교육 자료를 개발·보급하고, 가족 단위 독서프로그램과 독서이력관리 기반 도서 추천 등 시스템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육·교육 기관에 독서매개인력(이야기할머니 등)을 파견하거나, 늘봄학교에 공공도서관·지역서점과 연계 한 독서문화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한다. 아울러 성인이 된 후 독서율이 급감하는 추세를 감안해 청년 대상 독서 챌린지, 온라인 독서모임 지원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국민이 다양한 장소 및 상황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유·무형의 독서 접점과 독서콘텐츠를 확충하고자 한다. 공공시설에 전자책 이용을 위한 QR코드 설치, 도서관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 위주로 가상도서관 설치,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도서대출 연계 서비스 고도화, 지역서점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콘서트, 영화제 등 행사와 연계한 독서체험프로그램이나 비대면 독서모임도 지원해 더욱 자연스럽고 쉽게 책에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인을 위한 대체 자료(점자도서, 수어영상도서 등), 고령층을 위한 큰 글자 책과 같이 상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민간에서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독서콘텐츠도 지원한다.

네 번째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함께 독서문화 진흥 기반을 고도화한다. 디지털 독서문화 진흥에 대한 장단기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토론회(포럼) 등 민관 협의·교류 활성화, 기술 개발(북 큐레이션, 정보보안 등) 및 플랫폼(독서모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 구축을 아우르는 디지털 지원도 추진하고자 한다. 중앙·지방 정부, 출판계, 도서관계, 국민 등 민관을 아우르는 출판문화 진흥 협력체계(거버넌스)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도서 구독 서비스 비용의 문화비 소득공제 항목 포함 연구, 독서정책 성과관리체계 개선, 국민독서실태조사의 조사방법론 개편, 「독서문화진흥법」 개정 필요사항 발굴 등 독서 분야 정책체계 고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텍스트 힙 등 최근 ‘독서 열풍’ 지속 위해 
신규 독서문화 진흥 사업 추진

최근 독서계에 부는 훈풍은 정책 담당자로서뿐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설레는 부분이다. 활자나 책을 읽는 것이 멋있고 개성 있다고 생각하는 ‘텍스트 힙(text hip)’이 SNS를 통해 활발히 전파되고 있고,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의 작품 위주로 문학 읽기 열풍이 일고 있다. 독서 진흥이라는 ‘노’를 신명 나게 저을 수 있을 만한 ‘물이 들어왔다’라고 볼 수 있으나, 지금 이 현상의 지속성과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독서에 모이는 관심을 지속·확장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내년 독서문화 진흥 예산으로 올해 대비 87% 증액한 40억 원을 편성했으며, 이 중 ‘제4차 독서문화 진흥 기본계획’을 토대로 기획된 신규 사업은 다음과 같다. 

참여·체험 중심의 대규모 독서 진흥 행사·캠페인 사업 ‘책 읽는 대한민국’은 민관 협업으로 추진해 보다 실효성 있는 비독자의 독자 전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독서 기반 지역 활성화 사업은 지자체가 독서를 매개로 지역 내 다양한 주체(도서관, 학교, 생활문화시설, 숙박업체 등)와 함께 여행·체류·교류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하도록 지원해 지역 활성화와 독서문화 증진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또한 박물관·미술관, 기차역, 공항, 주민편의시설 등에 전자책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QR코드를 설치해 일상생활의 동선에서도 자연스레 책을 만나도록 하는 디지털 독서 지원 사업을 새로 추진할 예정이다. 독서 캠프, 북스타트 등 기존에 중앙정부 예산에 편성됐던 독서 관련 풀뿌리 사업들은 지자체 및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체부는 거버넌스를 통해 다양한 선도모델이나 정책실험(예: 2024년 비독자 대상 독서 유인사업 설계 및 실험 연구 등)을 제시·공유하는 등 지역의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모처럼 독서계에 불어온 훈풍이 보다 넓고 길게 이어질 수 있도록 문체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발을 맞춰가며 독서문화 진흥 정책을 보다 다각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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