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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면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김수연 국민일보 종교부 기자 2025년 01월호
첫사랑, 첫 직장, 첫눈…. ‘처음’이라는 의미가 담긴 순간들은 평범함을 넘어 특별함으로 자리 잡는다. 설렘과 신선함으로 가득 찬 ‘처음’은 그 순간을 더 소중히 간직하게 만든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이런 기억의 소중함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영화 속 주인공 라일리의 머릿속 세계에서 기억은 구슬 형태로 저장되고 감정에 따라 색이 나뉜다. 성장 과정에서 라일리는 좋은 기억만으로는 삶이 완성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슬픔과 좌절, 실패도 결국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일기를 쓰며 나는 이 점을 깊이 체감했다. 좋지 않은 기억조차 기록할 때 비로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더 잘 알게 됐다. 좋은 기억도 아픈 기억도 모두 소중하다. 그것들은 함께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는 신앙인으로서 매일 일기에 성경구절을 한두 구절 적는다. 그날 말씀을 통해 받은 은혜나 신앙적 깨달음을 기록하며 기도하고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곤 한다. 그렇게 적어둔 구절들은 나에게 일기 이상의 힘이 된다. 힘든 날 다시 펼쳐 읽을 때면 그 말씀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연결하며 깊은 위로를 건넨다.

나에게 일기는 기억을 붙잡아 두는 닻이자 지나온 시간을 비추는 등대와 같다. 처음엔 단순히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됐다. 잊혀가던 순간들을 다시 불러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현재의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 것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나는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과거의 내가 기록한 글들은 현재의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그래도 잘 이겨냈잖아. 이번에도 괜찮을 거야.”

일기를 쓰는 습관은 삶의 나침반이 된다. 미국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매일 아침 “오늘 나는 무엇을 선하게 행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저녁에는 “오늘 나는 무엇을 선하게 행했는가?”를 되새기며 하루를 정리했다. 그의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는 데 활용됐다. 나 역시 일기를 단순한 추억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때로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대화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래전 적었던 감정과 생각이 현재의 나와 공명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것이다. 단순히 추억을 소환하는 것을 넘어 내 삶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과정이다. 한참 방황했던 시절의 일기를 읽으며 당시의 고통이 오늘의 단단함으로 이어졌음을 깨닫기도 한다. 과거 기록 속 나는 힘들어하는 현재의 나를 위로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고 말해준다.

일기는 나에게 ‘소셜 스낵’과도 같다. 마음이 지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정신적 위안이자 에너지를 충전하는 도구다. 일기장을 열 때면 특별했던 순간들로 돌아간다. 첫사랑의 설렘, 첫 직장의 긴장감, 처음 눈이 내리던 날의 황홀함 같은 기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너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어.”

작가 앤 라모트는 “글을 쓰는 것은 삶을 두 번 사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에게 일기는 삶을 두 번, 세 번, 수없이 되새기는 기회를 준다. 한 번은 그 순간을 살면서, 또 한 번은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그것을 다시 읽으며.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감사하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일기장 속 글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내가 걸어온 여정을 증명하는 발자국이다. 덕분에 나는 일기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붙잡고, 그 안에서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일기장 속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위로하고 인도하며, 믿음을 붙들게 해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펜을 든다. 일상 속 특별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 그리고 믿는다. 이 기록들이 앞으로도 나에게 삶의 에너지를 충전해 줄 소중한 소셜 스낵으로 남아줄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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