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게도 서류전형 합격의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여러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위와 같았다. 설령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기쁨을 만끽하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의 심장박동을 평소보다 2~3배 뛰게 만드는 ‘면접’이라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긴 탁자 앞에 면접관들이 자리해 앉아 있고, 그들의 질문에 차례차례 답하고 나면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 어느새 끝나 있다. 면접 질문들을 복기하다 보면 어느새 면접 결과 발표일을 기다리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최종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음을 알고 나면 ‘역시, 실패했군’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쉬움, 자책 그리고 절망감이 밀려온다. 이런 실패를 한두 번 겪은 건 아니지만, 아픈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아마 대부분의 취업준비생이라면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국무조정실에서 1만5천 명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 동안 업무, 학업, 취업준비 등으로 번아웃을 체감한 응답자의 비율은 33.9%이며, 그 이유로는 ‘진로 불안(37.6%)’이 가장 많았다. 한 언론에서는 번아웃 이후 재취업에 도전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과 함께 그들 중 일부는 경제활동 없이 은둔·고립형 청년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취업을 위해 달려가는 청년들이 번아웃으로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번아웃을 겪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 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어두워지기 전에 서랍장 안에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낸다. 상자 안에는 부모님, 고등학교 친구, 길에서 찍었던 고양이 등 다양한 폴라로이드 사진이 보관돼 있다. 사진을 보면서 ‘과연 우리 부모님이나 친구들, 혹은 고양이(?)라면 어떻게 이겨냈을까?’ 상상해 본다. 사진을 보다 보면 여러 가지 추억과 좋은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나면서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온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던가. 활짝 피어난 추억과 기억이 추운 겨울 따스한 햇살과 같아져 내 마음속 우울을 어느새 걷어내 버린다. 추억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친구와 한라산을 등반했던 일, 가족들과 삿포로를 여행했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마치 과거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과거의 발자취를 다시금 밟아보면서 당시의 기분을 떠올리면 얼굴에 따스한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이렇게 사진을 이용하는 방법은 아버지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다. 아버지의 자동차 운전석 햇빛 가리개에는 어린이집 앞에서 찍은 내 여동생 사진이 붙어 있다. 가족 앞에서 결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에게도 움츠러드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순간마다 딸 사진 한 장이 아버지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힘이 된 것이다.
인생이라는 영화에는 항상 어두운 장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밝은 장면으로 전환되는 장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마음이 허기질 때, 주머니 속에 있는 나만의 ‘소셜 스낵’을 꺼내 먹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