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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나게 하는 형광빛, 공!
장영화 조인스타트업 대표 2025년 01월호
테니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십 년이 되었다. 어쩌면 테니스는 내가 만난 가장 다정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처음 라켓을 잡았던 때가 생각난다. 어설픈 폼으로 공을 쫓아다니기만 했던 나는 이제 제법 그럴듯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동호인이 되었다. 하루의 끝자락, 라켓을 들고 코트에 들어서면 묘한 일이 일어난다. 형광빛 테니스공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다. 그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아, 이런 게 행복이구나. 삶의 무게는 잠시 내려두고, 오로지 공과 라켓이 만들어내는 세계에만 집중하는 시간.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고민이 코트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나는 서브를 넣을 때 느껴지는 특별한 긴장감을 좋아한다. 공을 튀기는 소리, 하늘을 향해 토스를 올리는 순간의 설렘과 긴장, 그리고 라켓이 공을 가르는 청량한 타격음까지. 이 모든 순간이 복잡한 일상은 잊고 나를 몰입하게 한다. 랠리가 이어질 때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 포핸드와 백핸드, 발리를 번갈아 가며 치는 동안, 나는 온전히 공과 하나가 되어 리듬에 몸을 맡긴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마치 재즈 연주자들처럼 공과 나는 코트 위를 누비며 즉흥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테니스는 계절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달력 같은 존재다. 봄에는 벚꽃잎이 코트를 수놓고,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꽃잎을 휘날리며 경기를 축복한다. 코트 주변의 나무들이 연초록 잎을 틔울 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여름에는 석양이 라켓 그림자를 길게 늘리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우리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향해 공을 던진다. 가을바람은 공의 궤적을 살짝 비틀어놓고, 단풍잎들은 조용히 코트 주변을 수놓는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는 스트로크 소리를 더욱 청명하게 만들고,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는 코트 위에서도 우리의 열정은 타오른다.

테니스의 매력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연대와 공감을 통해 더해진다. 코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작은 우주와 같다. 구력 30년의 노련한 선배님은 서툰 후배의 아웃 볼을 받아내며 배려를 선물해 준다. 그런 선배님의 모습을 통해 나는 테니스와 함께 인생의 지혜도 선물 받게 된다. 유난히 밝은 미소로 테니스 코트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새내기 직장인 후배님은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어른이 되면 꼭 테니스를 치고 싶었다고 한다. 테니스를 치기 위해 업무시간에 집중한 후 빨리 퇴근한다는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흐뭇하고 즐거워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지만, 초록빛 코트 위에서는 모두가 같은 설렘을 나눈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테니스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로 만나 우정을 쌓아간다. 때로는 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추고, 때로는 단식 매치의 라이벌로 마주하며, 서로의 삶에 작은 빛이 되어준다. 승패를 떠나 서로를 응원하고, 작은 승리에도 함께 기뻐하는 따뜻한 동지애는 내게 도시 생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공동체적 유대감을 안겨준다. 

테니스는 내 인생의 ‘소셜 스낵’이다. 지칠 때마다 꺼내 먹는 과자처럼 마음이 출출해질 때마다 나는 라켓을 든다. 스트링이 공을 튕겨내는 경쾌한 울림, 온전한 몰입이 주는 평화, 함께 뛰는 동료들의 따스한 웃음소리. 때로는 서툰 스트로크에 공을 놓치기도 하고 더블폴트로 자책하기도 하지만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런 테니스는 내게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테니스를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실수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익히고, 새긴다. 

테니스는 내게 단순한 운동이 아닌,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동반자다. 나는 오늘도, 테니스와 함께 조금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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