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K-뷰티 위기론이 등장했다. 최대 시장이던 중국에서 존재감이 약해진 탓이었다. 중국 내 저가 시장은 현지 화장품 업체들이, 고가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며 한국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듬해 코로나19로 치명타를 맞았다.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수만 개에 이르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새로운 브랜드와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화장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K-뷰티를 잡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10년대를 연상케 하는 새로운 전성기, ‘K-뷰티 시즌 2’가 시작됐다.
지난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수출액인 2021년 92억 달러보다 10.9% 증가한 것으로 국내 화장품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K-뷰티가 오랜 위축기를 지나 중국 모멘텀을 넘어서는 더 큰 글로벌 확장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뷰티 시즌 2의 키워드는 시즌 1 때와는 판이하다. 일본,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의 입지가 커졌고 대기업이 아닌 인디 브랜드가 주류로 떠올랐다.
국가별 수출액으로는 여전히 중국(25억 달러)이 1위지만 그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23년 중국(27억8천만 달러)이 차지한 비중은 32.8%였으나 지난해에는 24.5%로 8.3%p 줄었다. 반면 다른 국가 비중은 커졌다. 특히 세계 1위 뷰티시장인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12억1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4.7%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은 19억 달러까지 확대돼 전년 대비 57.0% 늘었다. 일본 수출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써냈다.
그 중심에는 인디 브랜드가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트렌드에서 밀려났고, 온라인 중심의 작은 브랜드가 K-뷰티를 이끌고 있다. 박종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더 이상 K-뷰티를 한국 화장품시장 1위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대표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롬앤(rom&nd), 쓰리씨이(3CE), 미샤(MISSHA), 코스알엑스(COSRX) 등 다양한 중소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조선미녀와 달바(d’Alba)는 아마존에서 카테고리별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의 인기는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회사의 기술력이 뒷받침된 결과다. ODM은 기업들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발에도 관여한다.
국내 1위 ODM 업체인 한국콜마는 아마존까지 움직였다. 지난해 6월 아마존의 한국지사인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는 한국콜마와 함께 K-뷰티 브랜드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유튜브와 틱톡의 영향도 크다. 유리같이 투명하고 모공이 드러나지 않는 피부를 뜻하는 용어인 ‘글래스 스킨(glass skin)’은 해외에서 K-뷰티를 대표하는 단어로 통한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스럽게 K-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틱톡에 등록된 ‘K-뷰티’ 게시물은 전년 대비 270% 급증했다. 대표적인 인디 브랜드 조선미녀와 마녀공장은 틱톡에서 입소문을 타며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했다. 100만 명 이상의 인플루언서(틱톡커)를 통해 홍보한 제품 활용 영상은 MZ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K-뷰티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뷰티시장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