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롱런, 그중에서도 K-드라마 열풍과 함께 K-화장품의 글로벌 인기는 상승을 거듭하더니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더 놀라운 것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인디 브랜드의 약진인데, 2024년 인디 브랜드 화장품 수출액은 68억 달러로 2023년보다 27.7% 증가했다. 인디 브랜드들은 MZ세대의 니즈에 빠르게 반응하며 귀여우면서도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튜브, 자물쇠 모양 등의 이색 패키지를 선보이는가 하면 비건, 유기농, 클린 뷰티 등 글로벌 니즈까지 충족하며 글로벌 MZ까지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화장품을 위조하는 해외 기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한류 현상을 악용해 우리 상표를 무분별하게 무단 선점하고 부당이익을 취득하려는 악의적인 기업마저 생겨나게 됐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우리 인디 브랜드의 인기 상품만을 빠르게 위조해 자체 브랜드명을 붙여 판매하는 기업이 다수 등장했다. 이런 위조 상품들은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국, 동남아 등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는 업무 특성상 기업 관계자를 만날 일이 잦은데 많은 기업이 위조 상품 유통을 제품의 인기와 동일시하고 있어 상당히 놀라웠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위조 상품을 방치할 경우 우리 기업이 해당 국가로 적법하게 진출했을 때 되레 위조 상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 둘째, 화장품이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만큼 위조 상품은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판매자를 우리 기업으로 착각한 구매자들의 바이럴로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가 하락할 수 있다.
물론 K-브랜드 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런데 그 심각성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젠 국내외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을 미리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해외 무단 선점 상표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2024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화장품 분야의 무단 선점이 식품, 의류, 전자기기 등 10개 업종(국제상품분류에 따른 45개의 상품·서비스를 재분류) 중 1위를 기록했다. 2024년 중국 및 동남아 5개국에서 발견된 화장품 무단 선점 의심 상표는 900건이 넘었다. 또한 최근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 우리 화장품 상표 여러 개를 무단 선점한 기업도 발견된 상황으로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지재권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속도가 생명인 화장품 업계에서 지재권, 특히 해외 지재권 확보는 기획, 마케팅 등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조 상품 근절을 위해서도,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재권 확보다. 다른 사업과 비교할 때 인기 상품 패키지를 복제해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화장품 업계에서는 더욱이 상표권뿐만 아니라 디자인권, 저작권까지 확보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어렵게 획득한 권리를 방어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조 상품 유통 차단 등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수단으로 적극 행사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은 위조 상품 신고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기업의 역량에 따라 자체 신고를 통해 삭제를 진행하거나, 필요시 ‘해외 온라인 위조 상품 차단 지원사업’ 등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이미 해외에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출원·등록한 것을 확인했다면 이의신청, 무효심판 등의 절차를 밟아서 상표를 회수하는 등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지재권 확보 및 행사로 높은 기술력과 상품성을 가진 K-화장품이 세계시장에서 계속 빛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