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이 과장은 매월 식대 등 고정수당과 정근수당, 분기마다 정기상여금, 명절마다 휴가비, 연말에는 성과급을 받는다. 월급명세서에는 기본급 200만 원 외에도 연간 기본급의 600%에 해당하는 상여금(지급일에 재직자에게만 지급), 명절휴가비 60만 원, 정근수당 10만 원(월 15일 이상 근무 시 지급)이 포함돼 있다. 이 과장은 이러한 상여금·수당·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최근 대법원 판결로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고 싶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2020다247190, 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정의를 새롭게 정리했다. 그동안 통상임금이 되려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임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봤으나 이번 판결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고정성은 다른 조건의 충족과 상관없이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지급한다”는 개념이다.
고정성을 폐기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가 의도를 가지고 근무 실태와 동떨어진 근무일수 조건을 제시하는 점, 고정성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연장근로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고정성 요건이 폐기되면서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예: 추석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도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수당(예: 월 15일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한다)도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 다만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워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재직 또는 최소 근무일수 조건의 경우 ‘조건 자체가 무효인지’ 여부도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고 하면서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한다”고 봐 조건 자체는 무효로 볼 수 없고, 다만 조건이 부가된 임금이라도 통상임금인 것은 별개라고 봤다.
이 과장의 경우 기본급 200만 원과 식대 20만 원을 받았다면, 월 통상임금은 220만 원(월 소정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통상임금은 1만526원)이었다. 고정성이 폐기되기 전인 2024년 12월 19일까지는 그렇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연간 기본급의 600%가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월 환산 100만원)의 경우 특정 일자에 재직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임금으로 더해진다. 그리고 명절휴가비(월 환산 5만원), 근무일수 조건부의 정근수당(월 10만원)도 모두 통상임금으로 포함된다. 그래서 월 통상임금은 335만 원(시간당 1만6,028원)으로 220만 원(시간당 1만526원)보다 약 1.5배 증가한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연장·야간근로수당, 미사용연차수당 등 법정수당도 기존보다 약 1.5배 증가하게 된다.
한편 고정OT제나 포괄임금제 대상자는 통상임금 판결 영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고정OT나 포괄임금제는 일정 금액을 미리 시간 외 근무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전에 시간 외 근무수당을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로 인한 차후 소송위험은 크지 않다. 다만 고정OT나 포괄임금제를 적용 중인 사업장에서도 이번 변화에 따라 법정수당이 늘어나 임금 산정 조정을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