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3월 12일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 「상속세법」을 제정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망자인 피상속인을 중심으로 상속세를 산출하는 ‘유산세’ 과세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75년이 지나서야 상속인 중심 과세체계인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전체 상속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해 상속세액 계산이 단순하고 과세관청 입장에서도 세액 결정·징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었다. 사회적으로장자 중심 상속 관행을 따랐기에 상속세를 상속인별로 산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배경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과거 소수 자산가만 부담하던 상속세가 이제는 더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 이슈가 되는 보편적 세금이 되고 있다. 2000년대 상속세 세수는 4천억 원으로 전체 국세의 0.5%를 차지했으나 최근 들어 세수가 크게 증가해 지난해 기준 9조6천억 원 규모가 됐고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로 높아졌다.
각 자녀에 공평하게 상속하는 문화로 변화하며
개별 상속인 중심 과세에 대한 공감대 높아져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라 상속세 과세체계를 우리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돼 왔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인데 그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만이유산세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자녀들이 상속재산을 공평하게 물려받는 것으로 상속문화가 변화해 개별 상속인 중심 과세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졌고, 우리 국민의 성숙한 납세의식과 조세행정 역량을 고려하더라도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앞으로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크게 3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상속인 간 물려받은 재산의 크기가 같다면 상속세 부담도 같아져 좀 더 형평에 부합하는 과세가 가능해진다(<표 1> 참조). 자녀 3명이 각각 5억 원씩 물려받는 경우를 살펴보자. 이때 상속세는 전체 상속재산인 15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자녀들은 각자 8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형제자매 없이 아버지로부터 5억 원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전체 상속재산 5억 원이 전액 공제돼 세금이 0원이 된다. 즉 현행법은 재산을 합산해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인 개개인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의 크기가 같더라도 형제가 있는 경우와 형제가 없는 경우에 내야 하는 세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상속인 각자가 받은 만큼만 상속세를 부담하게 돼 이러한 불합리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상속공제를 상속인별로 적용해 개개인의 인적 특성을 반영하는 만큼 상속세 공제제도의 실효성이 개선될 수 있다(<표 2> 참조). 현행 법률은 대부분 자녀 수와 무관하게 일괄공제가 적용되고, 상속인 중 미성년자·장애인이 있을 경우 해당 공제의 효과가 본인에게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형제들과 공제 효과를 나누게 된다. 반면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상속인별 특성에 기반한 기본공제와 함께 미성년자·장애인 공제 등의 추가공제가 본인에게만 귀속됨에 따라 피상속인과의 친소관계, 상속인의 개별 특성 등이 실질적으로 상속공제에 반영될 수 있게 된다.
상속세 과세 형평성 및 공제제도 실효성 높이고
과세 방식 합리화하는 등 장점 많아
셋째, 상속과 증여의 과세기준을 재산취득자 기준으로 일치시킴으로써 과세 방식이 합리화될 수 있다(<표 3> 참조).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 중심으로 과세돼 피상속인이 생전에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에 합산됨에 따라 상속인이받지도 않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부담하는 경우가 발생해 왔다. 일례로 기업 창업주가 생전에 임직원에게 재산을 기부하고 창업주 사후에 그 기부 대상이 아니었던 상속인이 해당 기부금에 대해 사전증여재산으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기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인 본인이 받은 사전증여재산만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되므로 받지도 않은 재산 때문에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다.
이렇듯 이론적 측면에서 유산취득세는 상당히 장점이 많은 제도다. 그렇기에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다. 학계에서 시작된 유산취득세 도입 논의는 상속세 체계의 전면 개편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물밑에서만 논의되고 있다가 2022년에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을 공식화했고, 기획재정부에 전담 부서를 설치해 관련 내용을 심층 검토한 후 지난 3월 개편안을 발표한 데 이른 것이다.
최근 정부 및 민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0%가 넘는국민이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한 공청회에서도 유산취득세 도입 필요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 정부는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한 법 개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유산취득세가 공평하고 합리적인 상속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향후 차질 없는 입법과 법 시행을 면밀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