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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과 고리오 영감이 남긴 교훈
김태우 한화생명 상속연구소 센터장,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2025년 05월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단순히 왕의 몰락을 그린 비극이 아니다. ‘상속’이라는 단어에 담긴 복잡한 감정과 가족 간의 관계 그리고 오해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인간 드라마다. 리어왕은 세 딸에게 자신의 왕국을 나눠 주고자 각자의 충성과 사랑을 입증해 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심을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그의 선택은 나라의 몰락과 가족의 파괴로 이어졌다. 비슷한 주제는 프랑스 문학에도 등장한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속 고리오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내준 아버지다. 그는 두 딸을 위해 재산, 건강, 자존심까지도 기꺼이 희생했지만 정작 딸들은 그 희생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고리오의 사랑은 세상에는 ‘증여’로 기록됐고 딸들에겐 ‘권리’로 소비됐다.

이 두 비극은 우리에게 상속이 단지 재산의 이전이 아니라 가족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감정의 작업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사랑을 나누는 방식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놓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비극을 피하고 현명하게 상속을 준비할 수 있을까?

첫째,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상속을 둘러싼 갈등은 대부분 ‘모르고’ 벌어진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상속인의 범위와 분배 방법이다. 우리 「민법」은 상속 순서를 유언상속 → 협의상속 → 법정상속 순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언이 없다면 가족 간 협의에 맡기고 그것마저 어려우면 법정 지분대로 상속된다. 예를 들어 배우자와 아들, 딸이 있는 경우 재산은 균등하게 나누되 배우자에게는 50%를 가산한다. 10억원의 재산을 남긴 고인이라면 아내는 4억2천만 원, 아들과 딸은 각각 2억9천만 원씩을 상속받게 된다.

둘째, 유류분은 사랑의 최소한의 몫이다.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낀 가족에게도 최소한의 몫은 보장하는 게 바로 유류분 제도다. 피상속인이 자기 뜻대로 유언을 남기거나 생전에 증여하더라도 일정 부분은 반드시 배우자나 자녀에게 돌아가야 한다. 만약 아버지가 아들에게만 전 재산을 남기고 딸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면 어떨까? 딸은 법적으로 유류분 반환청구를 통해 최소한의 자기 몫을 요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자녀나 배우자의 경우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자녀의 경우 2억9천만 원의 50%인 1억4,500만원)까지 보장되며 피상속인 사망일로부터 10년 이내 또는 증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다. 이처럼 상속은 단순한 재산 배분이 아니라 감정의 균형을 위한 법적 장치이기도 하다.

셋째, 복잡하지만 가장 확실한 상속의 방법은 바로 유언이다. 「민법」은 자필증서, 공정증서, 녹음, 비밀증서, 구수증서(유언자의 말을 받아 적은 것) 등 다섯 가지를 유언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자필 유언서는 모든 내용을 손으로 직접 쓰고 날짜·주소·성명·날인이 포함돼야만 유효하다. 유언은 법적 문제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최근에는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이는 금융기관을 통해 생전에 자산을 운용하고 사후에는 지정된 방식에 따라 상속하는 방법이다. 유언서의 형식 문제를 피하고 상속 분쟁도 줄일 수 있어 노년의 자산 관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더 섬세한 상속 설계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보험금 청구권 신탁’ 상품도 등장했다. 사망보험금을 한 번에 지급하는 대신 손자녀가 성인이 된 시점에 나눠 지급하거나 특정 목적(교육, 결혼 등)에 맞춰 지급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신탁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랑을 계획적으로 전달하며 그 타이밍까지 생각하는 상속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누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마음이다. 『리어왕』과 『고리오 영감』은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서 상속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남긴 교훈은 하나다. 무계획의 사랑, 준비 없는 나눔은 때로 비극이 될 수 있다는 것. 상속은 차가운 법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부모의 희생과 기대, 사랑이 담겨 있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단지 재산의 분배가 아니라 그 사랑이 상처 없이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술의 습득은 오늘 우리가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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