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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랑스, 개인이 생전에 디지털 유산 처리 방법 결정할 수 있도록 명문화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변호사 2025년 05월호
우리는 디지털로 많은 활동을 한다. 소셜미디어, 채팅앱, 이메일로 대화하고 글을 쓰거나 사진을 공유하고, 온라인으로 음악과 책,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하며 이 과정에서 사이버 머니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으로 생성되는 디지털 정보의 양과 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처리될까?

‘디지털 유산’으로 칭하는 고인의 디지털 정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에 저장돼 있어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는 데는 해당 사업자의 협조가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개별 약관을 통해 디지털 유산을 처리하는데, 아직 그 절차와 기준이 미흡해 유족과 사업자 간 갈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은 디지털 유산 처리 방안의 필요성을 인식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구글, 애플, 메타 등 글로벌 기업은 당사자가 생전에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통일주법위원회가 2015년 마련한 「수탁자의 디지털 자산 접근에 관한 개정 통일법(Revised Uniform Fiduciary Access to Digital Assets Act)」이 현재 대부분의 주에 도입돼 있다. 이 법은 당사자가 온라인 도구를 사용해 지정한 내용, 유언장·위임장 등을 통해 지정한 내용, 서비스 약관 내용 순으로 수탁자가 디지털 유산에 접근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2016년 제정한 「디지털 공화국을 위한 법률(Loi n° 2016-1321 du 7 octobre 2016 pour une Rpublique numrique)」에 사망 후 자신의 정보 처리에 관한 지침을 미리 결정하는 개인의 권리를 명문화했다. 개인은 사전에 디지털 유산 처리 관련 지침을 남길 수 있고, 그에 따라 집행 책임자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등에게 지침 실행을 요구할 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 당사자가 사전에 지침을 정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정 상속인은 유산 관리 및 상속 절차 수행에 필요한 디지털 정보, 자산 성격의 디지털 정보 및 가족 등과의 추억에 관련된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한편 독일은 연방대법원이 디지털 정보도 전통적인 상속법상의 포괄승계 원칙에 따라 처리된다고 판결함으로써 디지털 유산을 기존 법체계 내에서 해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족의 재산 보호,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운영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디지털 유산의 체계적인 처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용자 프라이버시 침해나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 운영 부담 가중이 우려되므로 모든 디지털 정보를 동일한 법적 기준으로 취급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 또 법적으로 보호할 고인의 디지털 정보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일기장이나 편지 등 기존 기록물과 다르게 취급할 필요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금전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를 기준으로 디지털 정보의 유형을 구분하고 처리 방안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금전적 가치가 높고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가 낮은 정보는 상속되도록 하고,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가 높은 정보는 당사자가 지정하는 경우에만 상속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금전적 가치와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모두 낮은 정보는 당사자의 별도 지정이 없는 경우에도 상속인이나 법적 권한이 있는 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가장 존중할 수 있도록 생전에 자신의 디지털 정보 처리 방법을 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정보가 감정적 의미를 넘어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되면서 디지털 유산 처리를 사적 영역에만 맡기기 어려워졌다. 제18대 국회 이래 지속적으로 디지털 유산 관련 법안이 발의돼 온 것도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성숙한 논의가 진행돼 관련 주체의 권한과 책임이 균형을 이루는 처리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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