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AI 에이전트는 자율 에이전트, 강화학습(RL) 에이전트,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MAS) 등의 복합적이고 다양한 개념으로 세분화됐으며 챗봇, 음성 비서, 자율주행 차량, 게임 NPC(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 등과 같은 형태로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제품과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돕는 인터랙션 디자인 관점에서 사용자의 AI 에이전트에 관한 ‘이미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가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이미 갖고 있는 이미지나 고정관념은 향후 서비스 디자인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AI가 단순히 수행원이나 비서라는 이미지로 고착되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때 사용자 경험(UX)을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기가 어렵다.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존재를 넘어선 친구나 동반자로 AI 개념을 확장하면서 더욱 다양한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물리적 외형)와 서비스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AI 에이전트 시도 사례로는 MS의 클리피(Clippy), 애플의 시리(Siri), 아마존의 알렉사(Alexa)를 들 수 있다. 클리피는 1990년대에 등장해 초기의 가상 어시스턴트로 주목받았지만 사용자에게 실제로 유용하지 않은 장식적 존재로 인식된 실패 사례다. 시리는 자연어 처리 기술의 한계, 부족한 데이터, 맥락 없는 갑작스러운 작동 등으로 초기 사용자들에게 불편한 경험을 주며 그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알렉사는 음성인식 기술과 스피커라는 친숙한 형태, 풍부한 사용자 데이터의 확보로 비교적 성공한 사례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좋은 UI는 UI가 없는 것이다(Good UI has No UI)’라는 원칙처럼 AI 기술은 사용자가 별도의 학습이나 설명 없이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음성인식, 제스처, 센서 기반 자동화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의 맥락과 필요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AI 기술이 우리 삶에 녹아들어 갈 때엔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성인, 노인,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용자 모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의 근본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나아가 AI는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존재하며 사용자의 생활 속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로봇이나 여러 디바이스가 인간과 직접 물리적인 상호작용을 수행하며 사용자 대신 실질적 액션을 취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윤리적 고려와 유아·노인 등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황에 맞춘 인터랙션 설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편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애플의 엘레간트(ELEGNT)나 디즈니의 BDX 드로이드처럼 비인간적 형태의 로봇으로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며 자연스러운 교감을 유도하는 비휴머노이드 방식이 성공적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I 에이전트의 성공적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터랙션 디자인이다. 인간의 감각 및 인지 체계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이를 폼팩터와 인터랙션 방식에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의 AI는 목적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와의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