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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위한 AI 금융 에이전트…“나만의 재무·세무 비서를 고용해 보세요”
옥형석 혜움 대표 2025년 06월호

15년간 대기업을 다니다 2017년 소상공인에 IT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혜움을 창업한 옥형석 대표. ‘생각하다’라는 뜻의 옛말 ‘혜다’를 따 지은 회사 이름에는 소상공인을 생각하는 옥 대표의 마음이 담겼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창업가가 많아지면 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으며, 자신의 전문성과 관심사를 살려 창업가들의 재무·세무 일을 돕는 AI 비서를 만들고 있는 옥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혜움의 창업 스토리가 궁금하다.
평소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과 로봇공학 분야에 관심이 있던 중 LG전자 R&D 컨설팅 부서에서 근무하다 학위파견을 갔다. 구글 알파고가 주목받으며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던 때였고, 마침 세무사인 아내는 세무사무소를 열어 영업 중이었다. ‘세무 분야에 AI 비서형 서비스로 자동화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를 검증해 보기 위한 프로젝트를 학교 연구실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연구방법론으로 사례를 설명하는 것보단 실제 적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서비스를 직접 구현해 보고자 창업하게 됐다.

AI 비서형 서비스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
세무서비스의 본질은 AI 비서의 자율적 판단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비서형 서비스’에 가깝다고 봤다. 이는 스마트폰 앱과 같은 ‘도구형 서비스’와는 다르다. 앱은 사용자가 일일이 클릭하며 필요한 작업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반면 비서형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전달만 하면 AI 비서가 그 일을 한다. 사업가들을 보면 세무사에게 일을 맡겨놓고 필요할 때 소통하며 결과만 받지 않나. 세무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접목해 AI 비서가 그 역할을 하도록 했다. 

혜움의 AI 에이전트 ‘알프레드’를 소개해 달라.
지난해 10월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알프레드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AI 에이전트다. 소상공인과의 거래는 계약 체결에서 시작해 세금 신고로 마무리된다. 알프레드는 경리처럼 계약 이후 매출·매입 관리, 미수금·미지급금 확인, 실시간 송금(도입 예정) 등 재무 단계부터 세금 신고·납부 등 세무 단계까지 돕는다. 일련의 과정에서 궁금증을 맞춤형으로 답변하는 ‘질의형 AI서비스’와 필요 서류를 직접 발급해 주는 ‘실행형 AI서비스’ 모두 가능하다. 즉 알프레드는 “이번 달 우리 회사 매출 규모는 얼마야?”에 답변해 줄 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 발급해 줘”라는 요구에 서류를 발급받아 카카오톡으로 전송해 주기도 한다. 합리적 가격에 24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일 처리도 알아서 깔끔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사업자등록증 서류 발급을 요청하면 관공서 제출 등 용도를 상세히 물어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류를 정확하게 파악해 처리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알프레드의 장점이 있다면?
소상공인뿐 아니라 세무사의 업무 효율도 크게 높아진다. 우선 소상공인은 복잡한 재무·세무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정기적으로 발송되는 ‘혜움 레포트’를 통해 매출·매입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바쁜 일정으로 제때 세금 신고를 못 해 가산세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없어진다. 특히 나이가 많은 소기업 대표 등 필요 서류 발급에 애로가 많은 경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세무사 입장에서도 여러 소상공인의 기초적인 노무·재무·세무 상담 등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세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예컨대 알프레드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기술로 국세청 등에 신고하기 전 서류를 준비·작성해 주면 세무사는 최종 검토만 하면 된다.

소상공인을 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이유가 있나.
2010년대 초 대기업들의 경정청구 환급액이 매년 3~4조 원에 이른다는 기사를 봤다. 경정청구란 세법 개정, 사업 확장 등 상황이 바뀌면서 과다 납부하게 된 세금의 환급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은 돌려받을 세금이 없을까?’ 의문이 생겼다. 소상공인 데이터를 샘플링했더니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이라도 몇백만 원 이상의 환급액이 있었고 환급 비율은 낮았다. 회계사를 고용해 환급받기엔 채산성이 안 나온 거다. 예를 들어 회계사가 치킨집 매출 5년 치 자료를 분석해 받을 수 있는 환급액으로 회계사의 인건비도 안 된다. 소상공인이 세금을 환급받을 정당한 권리를 낮은 비용에 누릴 수 있도록 2021년 AI 챗봇 기반의 경정청구서비스 ‘더낸세금’을 출시했다. 경정청구 신청을 도울 뿐 아니라 세금 환급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안한다. 이후 출시한 알프레드도 자연스레 소상공인에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 향후 알프레드와 더낸세금을 통합해 운영하려 한다.

미래에는 AI가 세무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진 않다. AI가 세무 업무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AI 덕분에 업무는 더 편리해지고 정확해지며 가능 범위도 넓어질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인간인 세무사가 자료를 검토해 최종 판단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처음부터 우리는 세무사가 하는 일을 잘 도와주는 코파일럿 에이전트 형태를 염두에 뒀다.

AI 에이전트 개발자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I 환각 현상을 경계하는 것이다. 틀렸는데 교묘하게 말이 되는 대답을 하는 게 문제다. “밥 먹었냐”라고 물었는데 “숙제했다”라고 답하는 것처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틀린 대답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시 학습해 대답하면 되니까. 하지만 맥락은 이해했는데 자장면을 먹어놓고 짬뽕을 먹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 돈을 다루는 금융 에이전트는 더 정확해야 하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답변 자체의 진실성은 높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환각 현상을 완벽히 막을 방법은 없고 점점 오차를 줄이는 게 현실적이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 보안 레이어를 달리하는 방안이다. 즉 에이전트별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구분하고 DB를 분리해 학습시키는 것이다. MS의 애저(Azure)가 그렇게 한다. 각 에이전트가 전문 분야에 특화된 DB에 한정해 학습하고 접근하면 결과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오류도 줄어들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AI 에이전트가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기업에 우위를 선점한 것처럼 AI 에이전트 시장에서도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을 수 있도록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 에이전트가 틈새를 노릴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일상에 영향을 주는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되면 빅테크에 종속됐을 때의 파괴력은 이전 플랫폼경제와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버티컬 AI 에이전트의 인재를 키우고 이를 채용하는 스타트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면 어떨까. 
오성록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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