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NG
  • 경제배움
  • Economic

    Information

    and Education

    Center

이슈
장시간 노동, 저출생, AI 발전이 추동하는 주4일제 논의 본격화
최나실 한국일보 사회정책부 기자 2025년 07월호

지금보다 적게 일하면서 생산성은 유지 또는 향상시킬 수 있을까. 근로시간을 줄여도 임금은 그대로 받는 것일까. OECD 34개 회원국 중 장시간 노동 6위(2023년 기준)인 대한민국에서 주4일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뒤따르는 핵심 질문이다.

소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호사 등 일부 직군에서 시험적으로 시행돼 온 주4일제는 올해 대선 국면에서 주요 노동 의제로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당시 장기적으로 주4일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로 노동시간 단축과 주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을 약속하면서다. 국민의힘은 법정 근로시간 주40시간 체제는 유지하되,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 근무하는 방식 등으로 제도를 유연화해 주4.5일제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주4일제 논의가 등장한 핵심 배경은 한국이 여전히 ‘장시간 노동’ 사회라는 데 있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5일제(주40시간제)가 도입된 이래 한국 사회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돼 왔다. 2012년 대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8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주68시간(법정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근로 16시간)에서 주52시간(법정근로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 결과 2003년 2,378시간이던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3년 1,872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문제는 국제사회와 비교하면 아직 장시간 노동의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3년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742시간으로, 한국은 약 3주(130시간)를 더 일했다. 주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 비율 역시 OECD 평균은 12.9%인데, 한국은 17.7%다. 이 대통령이 “평균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 

주4일제 논의를 추동하는 다른 요인에는 저출생과 AI 발전 등 구조적 요인도 있다. 장시간 노동은 과로로 인한 생산성 저하뿐 아니라 저출생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게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AI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면 특정 직군은 더 적게 일해도 생산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주4일제 네트워크의 올해 2월 여론조사 결과 주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8.1%였다. 현재 52시간인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48시간으로 줄일 필요성에는 68.9%가 동의했다. 다만 같은 달 실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주4.5일제 도입 찬성은 61%, 주4일제 도입 찬성은 46%로 점진적 추진을 선호하는 여론이 더 크다.

양대노총 등 노동계도 대선을 앞두고 ‘주4일제’를 공약으로 요구했다. 기본 방향은 임금 삭감이 없을 것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 주요 주4일제 실험도 ‘100:80:100’ 모델, 즉 성과와 임금은 100% 그대로 유지하되 근로시간만 80%로 줄이는 방향을 채택해 왔다. 반면 경총 등 경영계는 모든 업종·기업에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할 경우 생산성 하락이 우려된다면서 개별 노사마다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게 선택권을 확대해 달라는 입장이다. 

주4일제 도입 논의는 기업 규모별, 업종별, 고용 형태별 편차와 특성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주4일제 추진이 도리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격차를 벌리는 불상사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권이 비교적 두텁게 보장되는 정규직 노동자와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형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보기 과월호 보기
나라경제 인기 콘텐츠 많이 본 자료
확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