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필터 개발·제조 회사인 뉴라이즌은 주4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유연근로를 활용한 주4일제가 아닌, 소정근로시간(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근로시간)을 주32시간으로 줄인 ‘근로시간 감축형’이다.
이승욱 뉴라이즌 대표는 회사 설립과 동시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그는 창업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기업 산하 연구소에서 6년간 일하며 “근무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에 비례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직원들은 주4일만 일하지만 업무 효율은 매우 높다고 한다. 이 대표는 “주52시간 일한다고 업무량이 늘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에 맞춰 과업을 처리해 효율은 떨어진다”며 “근무시간을 줄여야 생산성이 오른다”고 밝혔다.
자동문 제조 회사인 코아드 역시 근로시간을 주32시간으로 줄인 회사다. 2019년 격주로 주4일제 시행에 나섰고 2021년 현장직 직원, 2022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채용경쟁률이었다. 이전에는 중소기업이라 신규 채용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경쟁률이 100대 1에 달한다.
근로시간을 20%(주40시간→주32시간) 줄였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주4일제 도입 이후 직원들의 평균 생산성은 50%가량 증가했다”며 “매출도 증가해 신입사원 초봉이 기존 4천만 원에서 현재 5천만 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전했다.
주4일제 도입 후 직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 삶의 질은 물론 서비스 질도 향상됐다는 실증연구 결과도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연세의료원)은 간호사들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2022년 주4일제 시범운영에 나섰다.
일하는시민연구소가 병원 위탁을 받아 연구한 결과 주5일 일하는 간호사들은 10명 중 7명(68.2%)이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나, 주4일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10명 중 2명(18.7%)에 그쳤다. 실제로 신촌 병동의 간호사 퇴사율은 2023년 8.5%로 2021년 대비 3.6%p 낮아졌고, 강남 병동에선 같은 기간 퇴사율이 16.4%에서 8.5%로 내려갔다. 일하는시민연구소는 주4일제 도입 후 간호사들의 친절도가 병동에 따라 1.5~2.6배 올랐다는 결과도 소개했다.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근로시간을 감축한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주4.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유연근로제를 활용하고 있다. 주40시간 근로를 유지하면서 연장근로를 한 경우 금요일엔 오전만 근무하는 식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기업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경기도청의 주4.5일제 도입 기업 지원사업엔 많은 중소기업이 몰렸고, 경기도는 이 중 83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올해 고용노동부의 일터혁신 컨설팅 지원사업을 통해 근무체계 개선 지원을 신청한 기업은 154곳에 이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시간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2023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중 6번째로 길다”며 “산업재해를 줄이고 직원들의 건강과 높은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시간 감축은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은 근무 형태 변경만으로 오르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며 “설비 고도화,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효과적인 마케팅 등이 동반되면 노동시간을 줄여도 생산성은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