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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도시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
김동인 시사IN 기자 2025년 08월호
성장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각 지역은 이제 ‘어떻게 해야 주택과 인구의 밀도를 유지하며 행정 낭비를 최소화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며, 공실을 상정하지 않았던 공동주택 관리·운영 방식도 바꿔나가야

주택 관련 뉴스를 보다 보면 “시장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라는 전문가의 코멘트를 쉽게 접한다. 집이 부족하다는 외침을 당연하게 여기고 수도권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지금 전국이 빈집 때문에 난리가 났다”라는 주장은 양치기의 거짓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진짜로, 생각보다 많은 지역이 빈집 문제로 끙끙 앓고 있다.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그랬다.

국토의 88% 이상을 차지하는 비수도권에서 빈집 문제는 10여 년 전부터 논란이었다. 지금이야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만, 이 개념이 대중화된 건 2010년대 후반부터다. 지방이 소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선명해지기 전부터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빈집 문제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다만 당시에는 그것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국지적이고 예외적인 사안처럼 여겨졌다. 

집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이에 대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약했다. 2010년대 들어 각 지방의회가 ‘빈집 정비 지원 조례’를 마련했고, 법률 차원에서도 2017년 처음으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행정·입법의 정비 속도보다 빈집이 확산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지자체 공식 13만 호, 통계청 조사 153만 호
지역 체감 빈집 규모는 통계청의 공실 수치가 더 가까워


빈집은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 무엇을 빈집이라고 볼 것인지에 따라 수치가 제각각이다. 법이 규정하는 빈집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을 뜻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빈집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규정하고, 빈집 실태 파악을 소극적으로 하게 만든다. 지자체로서는 빈집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수치화하는 것은 지역이 쇠락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빈집을 찾아내거나 이를 재생하는 일조차 행정력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빈집 DB 사이트 ‘빈집애(binzibe.k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빈집은 13만4천 호 수준이다. 지자체가 확인 작업을 마친 빈집의 총합이다. 그러나 지자체 조사와 달리 통계청에서는 전국 ‘공실’ 규모를 153만5천여 호로 파악하고 있다(등록센서스인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비어 있는 기간과 무관한 전체 공실 규모다. 실제 지역에서 체감하는 빈집의 규모는 지자체 공인 빈집 수치보다 통계청에서 파악하는 공실 수치에 더 가까울 것이다. 심지어 통계청 수치조차 오피스텔과 미분양 아파트는 빠져 있다. 이들 유형까지 감안하면 실제 빈집의 규모는 더 커진다. 

빈집으로 인한 자산 손실과 관리 부담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지만, 빈집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지역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흔히 지적되는 빈집의 문제는 범죄나 일탈이 일어나기 쉽고, 관리 부실로 화재나 악취, 병충해 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빈집 발생으로 인한 ‘작은 불편(?)’에 불과하다.

더 큰 고민거리는 따로 있다. 빈집은 도시 문제의 원인이자 결과다. 도시를 인체에 비유하면, 빈집은 일종의 염증성 피부질환에 가깝다. 어쩌면 염증을 발생시키는 인체의 기능 저하가 피부에 도드라진 환부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빈집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특정 지역이 쇠락하며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오랫동안 노출됐다는 의미다. 즉 한국 중소도시가 직면한 지방소멸 문제가 일종의 ‘가시적인 장면’으로 표출되는 게 빈집 현상이다. 

빈집은 전염성을 갖는다. 점차 번져가는 경향이 있다. 빈집이 생기는 동네에서는 지속적으로 주택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한편,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다. 인구 증가를 전제로 주택을 빠르게 대량으로 짓고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한국식 도시성장 문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주택 가격 하락하고 행정 비용 상승하며 빈집 번져···
농어촌뿐 아니라 수도권 대도시도 위험


미디어에는 시골에 있는, 다 쓰러져 가는 단독주택이 빈집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빈집 현상은 농어촌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도시의 원도심에서도 빈집 문제가 지역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원도심은 상업용 부동산까지 함께 쇠퇴하기 때문에 한때 ‘로데오 거리’, ‘젊음의 거리’ 따위로 지칭되던 권역에서 빈집과 빈 상가가 늘어선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학계에는 ‘대도시 도넛형 빈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인근 노후 위성도시에서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고 고령층만 남아 결국 빈집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 재학생의 편중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같은 우려가 결코 호들갑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령 인구 감소와 함께 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거주 연령대가 분절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일정 정도 몰려 있어야 소아청소년과도, 어린이집도, 심지어 줄넘기 학원도 유지가 된다. 결국 아이 있는 가족은 그렇게 인프라가 유지되는 곳으로 옮겨가고 집중된다. 아이들이 사라진 위성도시에서는 거주 인구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동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은 수도권 특성상 대도시 도넛형 빈집은 눈에 띄지 않는 ‘은닉형 빈집’에 가깝다. 외부에서는 빈집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공동주택 내 빈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 남은 사람들의 공동주택 관리 부담이 커진다.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미래 시나리오다.

지방정부에 빈집은 당혹스러운 숙제다. 개별 지자체는 ‘성장하지 않는 도시’를 그려본 경험이 없다. 얼마 전 몇몇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의 「2040 도시기본계획」을 읽어본 적이 있다. 대다수가 “스마트 시티”, “물류 중심지”, “첨단 산업” 같은 미사여구와 함께 “지금의 인구 감소 추세를 상쇄하는 인구의 사회적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2040년을 내다봤다. 심지어 인구 유입을 위해 주택단지를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는 논리도 담겨 있다. 성장을 주장하지 않는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냉정해지기란 쉽지 않다. 

빈집 문제는 한국 사회에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각 지역은 이제 ‘어떻게 해야 주택과 인구의 밀도를 유지하며 행정 낭비를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공실을 상정하지 않았던 공동주택 관리·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축소하는 현실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축소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이다. 당연하게도 이 고민은 지역사회 홀로 떠맡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자청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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