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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빈집, 민간이 창의적·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거래의 장 만든다
김소형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재생지원팀 과장 2025년 08월호
전국 빈집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3만4천 호에 달하며, 이 가운데 농어촌에만 약 7만8천 호가 있어 전체 빈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늘어나는 빈집은 단순히 흉물로 남는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소멸과 직접 연결된 구조적 과제다. 그간 지자체를 중심으로 예산을 투입해 빈집 철거 중심의 정비를 추진해 왔으나 정책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철거 후 남는 공간의 활용 가능성도 작고, 철거 비용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오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체류나 창업 공간, 귀농·귀촌 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농촌 빈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농어촌 빈집 가운데 약 60%인 4만8천 호가 철거가 아닌 ‘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이는 단순히 폐가를 없애는 것을 넘어, 농촌 공간을 재구성하고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는 하나의 전략 자산으로서 빈집을 다시 바라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농촌 빈집 소유자의 64.7%는 매각 의향이 있고 54%는 임대 의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빈집 거래가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를 희망하는 소유자와 빈집을 찾는 수요자가 서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별도의 중개체계 없이 개별 지자체나 지역 이장의 소개, 혹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빈집 거래가 시도되긴 했지만, 구조적으로 한계가 많고 확산 가능성도 작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농촌빈집은행’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빈집은행의 핵심은 정보의 흐름을 만들고 이를 개방형 유통망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먼저, 각 지자체는 ‘빈집 실태조사’로 파악한 빈집 정보를 바탕으로 소유자에게 ‘거래 의사’가 있는지 파악한다. 거래 동의가 이뤄진 빈집은 지역 공인중개사와 연결해 매물화 절차를 밟는다. 공인중개사는 해당 빈집의 위치, 구조, 전기·수도 상태, 인근 도로 접근성, 활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일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등록한다.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귀농귀촌 종합플랫폼 ‘그린대로(greendaero.go.kr)’에도 같은 정보를 등록해 도시민을 포함한 광범위한 수요자가 접속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 경로를 다원화한다. 이로써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빈집 소유자-중개사-수요자의 삼각 구조가 구축된다.

새로 도입한 빈집은행 시스템은 정부가 빈집을 직접 매입·임대하지 않고 소유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만나는 ‘거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정부 역할은 최소화하고 민간 거래를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온라인 기반으로 지자체 행정 부담을 줄이고 소유자·수요자의 참여 편의성을 높이며 더욱 체계적·효율적인 거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활용 가능하지만 비워두면 수년 내 폐가가 될 빈집을 적기에 매물화하고 거래 생태계를 조성해 단기적 비용 문제 해결을 넘어 농촌 공동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장기적 농촌 재생 전략을 택했다. 각 지자체가 해당 사업을 기존 귀농귀촌 정착 지원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제주도를 포함한 19개 시군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지역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집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봐야 한다.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서 철거가 필요한 빈집은 계획적으로 정비하되, 그 외 빈집 활용은 민간의 창의성·자율성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농촌빈집은행은 이러한 전환의 시작점이며, 농촌을 과거의 공간이 아닌 다양한 미래 가능성의 공간으로 되살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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